일본 대기업들의 체감경기가 2년 만에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엔화 강세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기업 경영의 위험 요소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지난 5년간 지속돼온 경기 회복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일본은행이 발표한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에 따르면 올 1·4분기 대형 제조업 업황판단지수(DI)는 24로 전 분기의 26 대비 2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16년 3·4분기 이후 8분기 만의 첫 하락으로 시장 예상치인 25도 밑도는 수준이다. 단칸 DI는 업황이 ‘좋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에서 ‘나쁘다’고 대답한 기업의 비율을 뺀 값이다.
업종별로는 철강과 비철금속 등 소재 부문의 악화가 두드러졌다. 철강업 DI는 10으로 전 분기 대비 9포인트 하락했고 비철금속도 32로 같은 기간 6포인트 떨어졌다.
호조를 이어온 일본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떨어진 데는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과 주가 하락 등 금융시장의 혼란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분석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2·4분기 대형 제조업 DI 전망치는 20에 그쳐 향후 경기가 더욱 둔화할 것이라는 기업들의 우려를 반영했다.
신문은 이처럼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이 커진 데는 미국의 보호주의적 통상정책과 증시 하락, 엔화 강세 등이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엔화 가치는 달러당 105~106엔대로 3개월 전에 비해 7엔 가까이 오른 상태다. 여기에 세계 무역도 위축될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이나 수출물량 양면에서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의 경기회복이 전후 두 번째로 길게 이어지고 있어 경기순환적으로도 한계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한편 1·4분기 대형 비제조업 DI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력부족으로 전 분기 대비 2포인트 떨어진 23을 기록했다. 소형 제조업 DI는 15로 전 분기와 같았고 소형 비제조업 DI는 10으로 전 분기 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