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국정농단 재판을 따로 받게 됐다. 별도로 진행 중인 ‘경영비리’ 재판과 병합해 2심에서 유리한 형량을 받아내기 위한 노림수로 분석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쟁점·증인 등이 대부분 겹치는 국정농단 재판에서 홀로 떨어져 나와 사안이 거의 무관한 경영비리 재판과 합치는 것은 무리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심리를 맡은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신 회장 사건을 따로 떼 경영비리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로 2일 옮겼다. 신 회장 측은 당초 4일 최씨, 안 전 수석 측과 함께 항소심 첫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는 지난 3월29일 신 회장 측이 국정농단 사건까지 경영비리 담당 재판부에서 모두 맡아 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것을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신 회장 변호인들은 이날 국정농단 사건을 형사4부에서 떼어 와 경영비리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로 옮겨줄 것을 신청한 바 있다. 다만 사건 병합 여부는 형사8부에서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이렇게 자신의 사건 병합을 적극 추진하는 것은 두 사건을 하나의 재판으로 통합할 경우 형량이 더 유리해질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재판을 통합하면 형을 하나만 받을 수 있어 상급심에서 피고인들이 사건 병합을 요청하는 일이 드문 일은 아니다. 신 회장은 경영비리 사건 1심에서 상당수 혐의를 무죄 받으며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국정농단 사건에서는 70억원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받고 바로 법정 구속됐다.
그러나 법조계 일부에서는 쟁점·증인 등이 상당 부분 일치하는 최씨, 안 전 수석과 신 회장 재판을 분리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가장 핵심 혐의인 뇌물과 관련, 최씨와 신 회장은 수수·공여자 관계라서 재판부를 나누면 각기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둘 중 최소 한 명은 상고심에서 파기환송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욱이 경영비리 사건은 신 회장 외에도 롯데 총수 일가 피고인이 많은 데다 국정농단과 쟁점도 전혀 달라 황당한 요청이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피고인이 같으면 병합되는 것이 가능은 하다”며 “형이 하나로 나오기 때문에 피고인에 유리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