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한국시장 직진출' 딜레마 빠진 지방시

안티고나백 이후 히트작 없어

고객 이탈에 입지 갈수록 축소

작년 첫 두자릿수 마이너스성장

지사장 뽑아놓고도 직진출 미뤄

나이팅게일백나이팅게일백



프랑스 럭셔리 패션 브랜드 지방시가 한국 시장 직진출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SI) 품에서 떠나 독립을 선언하기 위해 1년 반 전에 한국지사장을 뽑았지만 최근 들어 매출이 신통치 않자 직진출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방시 프랑스 본사는 1년 반 전에 한국 지사장을 뽑아 직진출 준비를 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방시가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스테디 아이템인 ‘안티고나·판도라백’ 이후 나온 뉴페이스 ‘듀에토 백’이 인기몰이에 실패하면서 딜레마에 빠졌다.

특히 발렌시아가, 셀린, 생로랑 등 비슷한 카테고리의 럭셔리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이 뒷걸음질 치면서 2012년 국내 진출 이후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는 시각이다. 발렌시아가, 셀린, 생로랑 등 라이벌 브랜드들은 지난해 5~10% 사이 성장률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티고나백안티고나백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방시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위기를 느낀 프랑스는 지난해 리카르도 티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를 전격 해임하고 ‘끌로에’를 이끌어 왔던 클레어 와이트 캘러를 새로 선임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새로 온 CD가 주도한 콜렉션이 나오질 않아 어려운 것으로 안다”며 “발렌시아가의 ‘세탁소 가방’의 경우처럼 최근 히트작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방시는 앞서 지난 2012년 해외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운영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SI)을 통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발을 들였다. 지방시는 지난 12일 작고한 프랑스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가 창립한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다. 오드리 헵번의 옷을 디자인하면서 세계적인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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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는 국내에서 SI의 해외 브랜드 운영 노하우에 힘입어 2012년 이후 승승장구해 왔다. 연예인들 및 셀럽들이 공항패션 등을 통해 지방시 ‘잇백(It Bag)’ 3총사를 많이 착용하면서 패피들 사이에 지방시 가방이 큰 인기를 모았다. 나이팅게일백과 안티고나백은 20~30대 여성들 사이에 스테디셀러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심플하면서도 입체적인 구조를 갖춘 판도라백은 ‘고소영 핸드백’으로 알려지면서 오랫동안 젊은 층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가성비·가심비 열풍과 더불어 밀레니얼 고객들이 다른 브랜드로 이탈함에 따라 갈수록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신상품 듀에토 백이 나왔지만 안티고나, 판도라백을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보통 수입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매출이나 수익성에 자신감이 생기면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뉴발란스가 짧은 시간 내 매출이 급성장하며 독보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자 미국 본사가 한국 직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연 매출 2,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패션브랜드 베네통과 시슬리가 직진출에 나섰고, 스니커즈 열풍을 일으킨 골든구스도 지난해 말 골든구스코리아로 새 간판을 달았다.

판도라백판도라백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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