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성장기 어린이들의 뼈 나이를 알아보는 소프트웨어, 3D 프린팅 기술을 통한 인공 광대뼈 재건 기술, 전기자극을 통해 치매 치료에 도움을 주는 뇌 자극장치.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아 현재 연구개발 중인 의료기기들의 면면이다. 기술 간 융합을 골자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며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생태계도 보다 다채로워졌다. 자본보다 기술력이 중시돼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히는 진단키트나 필러(조직수복용 생체재료) 등 미용성형제품의 개발 열기도 꾸준히 달아오르는 추세다.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기기 임상시험계획 승인 건수는 총 84건으로, 이중 5건은 AI·3D 프린팅 등 정보기술(IT)이 융합된 의료기기였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지만 2015년에 단 한 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다.
AI 기술을 활용하는 의료기기 임상은 지난해 처음으로 승인된 후 현재 AI로 뇌경색 유형을 분류하는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성장기 어린이 등 골연령을 측정하는 소프트웨어, 엑스레이(X-ray) 영상을 통해 폐 결절 진단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등 총 3건이 임상 중이다.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하는 인공 광대뼈와 뇌 전기자극으로 치매를 치료하는 장치도 각각 임상승인을 받아 연구개발 중이다.
유전자분석을 통해 질환 등을 예측하는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관련 임상도 16건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 진단 키트나 시약 등 체외진단용 의료기기는 개발 비용과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 최근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앞다퉈 출시 경쟁에 나서고 있는 분야다. 임상승인 건수는 2016년 56건 대비 3배 이상 줄었지만 이는 식약처가 2016년 8월부터 혈액이나 소변 등으로 간단히 검사할 수 있는 위해성 낮은 제품에 대해 임상시험 대신 다른 시험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하도록 방침을 바꾼데 따른 것이다. 식약처 측은 “피부 점막이나 조직 등을 채취해 암질환이나 C형 간염 등을 진단하는 난이도 높은 기술은 여전히 개발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이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필러 관련 임상 역시 지난해 8건이 이뤄졌다. 필러는 이마·볼 등 탄력이 줄어든 얼굴 부위 등에 주입해 보다 아름다운 얼굴을 가꾸도록 도와주는 재료다. 해외 수요도 높아 지난해의 경우 수출(2,130억원)이 국내 생산실적(2,083억원)을 뛰어넘었을 정도다. 2년 전인 2015년(1,137억원)과 비교해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미용성형 분야에 있어 인력·기술·재료 모든 측면에서 강국으로 꼽힌다”며 “최근 필러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이 많아져 국내 경쟁이 과열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다수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 큰 문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