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당초 정했던 유상증자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해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이른바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강력하게 반대해온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주주들이 증자참여를 꺼려서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3일 서울 종로구 케이뱅크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1주년 간담회에서 증자규모에 대해 “증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음달 말까지는 최소 1,500억원 이상 규모의 증자를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주주인 KT와 우리은행은 최근 3,000억원의 유상증자안을 마련했지만 김 원장 취임 직후 절반으로 축소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 대주주나 소수주주들 모두 김 원장 재임 기간에는 은산분리 완화가 어렵고 이로 인한 케이뱅크 성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증자참여 금액의 절반 수준밖에 제시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심 행장은 ‘김기식 쇼크’에 따른 증자축소라는 해석이 부담된 듯 “(산업자본인 KT 등) 주요주주가 지분을 편하게 늘리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20개 주주사의 자금 사정이 다르다 보니 협의가 지연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4월 출범 당시 자본금 2,500억원으로 시작해 같은 해 9월 1,000억원의 증자를 실시했다. 이어 지난해 말까지 1,500억원 수준의 자본금을 추가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올해 4월을 넘긴 시점까지 2차 증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가 국회서 답보상태인데다 은산분리 반대에 완강한 김 원장이 취임하면서 케이뱅크 증자가 난기류에 쌓이게 된 것이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다. 의결권 미행사를 전제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최대 10%까지는 보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의 주요주주인 KT가 단독으로 대규모 증자를 할 유인이 없고 기존 주주가 지분 비율대로 증자에 참여해야 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야 한다. 심 행장은 “대주주가 지분을 늘릴 수 있다면 이 과정은 조금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50% 소유할 수 있게 하는 인터넷은행)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증자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고 (증자를 통해 자본금이 늘면)공격적으로 많은 고객을 유치해 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유상증자에 차질을 빚게 되면 케이뱅크의 경영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여권으로부터 특혜승인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편 케이뱅크는 출범 1년째인 3월 말 기준 고객 수 71만명, 수신 1조2,900억원, 여신 1조300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심 행장은 “지난해 말에는 적자를 냈지만 오는 2022년께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