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시황제'처럼 종신집권?…시시 '파라오 개헌' 추진

동맹세력, 헌법 개정 요구 움직임

與 의회 장악으로 통과 가능성 커

"무바라크 전철 밟나" 우려 고조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2일(현지시간) 카이로에서 지지들이 시시 대통령 포스터를 펼쳐 보이며 연임을 축하하고 있다. /카이로=로이터연합뉴스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2일(현지시간) 카이로에서 지지들이 시시 대통령 포스터를 펼쳐 보이며 연임을 축하하고 있다. /카이로=로이터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연임을 확정 지은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처럼 개헌을 통한 종신집권의 야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시 대통령이 ‘현대판 파라오’로 불리며 30년간 이집트에서 장기 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전철을 밟으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시 대통령의 동맹세력이 현행 임기제한을 넘어 대통령직을 유지하도록 허용하는 헌법 개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현행 이집트 헌법은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시시 대통령은 지난달 26~28일 진행된 대선에서 97%의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해 오는 2022년까지 총 8년의 집권이 예정돼 있다.

이날 새 회기가 시작된 이집트 의회에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개헌안을 제출하는 변호사 이스마일 나스레딘은 “헌법은 경전이 아니다”라며 “개발도상국은 계획을 실행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헌안이 통과되려면 의회를 거쳐 국민투표에서 승인돼야 한다. 하지만 600석에 가까운 전체 의석 가운데 야당 의석은 12석에 그쳐 정부가 지지하면 어떤 안건이라도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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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연장 지지자들은 중국을 비롯해 각국의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이 계속 집권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추세에서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특히 최근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 임기 제한 조항을 삭제해 장기집권의 기반을 마련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례가 자주 언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임기 연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집트에서 무기한 대통령직은 1981년부터 30년간 이집트를 철권 통치한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독재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아랍의 봄’으로 불렸던 2011년 시민혁명으로 축출된 바 있다.

이에 야권 지도자들은 시시 대통령 세력의 움직임에 맞서 싸우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시 대통령 지지자들이 그를 종신 집권자로 만들기 위해 선거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WSJ는 “시시 대통령의 집권연장 시도는 국민의 광범위한 반발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나아가 시시 대통령의 지지기반에 균열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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