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때문에 직장(대장~항문)을 광범위하게 잘라낸 초기 직장암 환자의 절반가량은 일부만 잘라냈어도 완치될 가능성이 높은 경우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만 잘라내고 조직검사를 통해 정확한 병기(病期)와 적절한 절제 범위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3일 가톨릭대 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이인규(서울성모병원 대장암센터)·박선민(여의도성모병원 외과) 교수팀이 지난 2004부터 2014년까지 서울성모병원·여의도성모병원·성빈센트병원에서 국소 또는 광범위한 근치적(根治的) 절제술을 받은 직장암 환자 152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들 중 18.4%(28명)는 국소절제술을, 81.6%(124명)는 광범위 절제술을 받았다. 종양에서 상당히 떨어진 직장과 림프 경로를 광범위하게 잘라내면 하루에도 수십 번 대변이 마렵고 잔변감이 있는 등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진다. 항문과 가까운 하부 직장암의 경우 항문까지 제거하고 인공항문을 만들어 배설 주머니를 차고 다녀야 하는 경우도 있다.
광범위 절제술을 받은 124명 중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되지 않고 직장 점막층(T1 병기) 또는 점막 밑 근육층(T2 병기)까지만 침범한 환자는 93명이었다. 이 중 43명(46.2%)은 수술 후 병리학적 조직검사 결과 국소절제술만으로도 완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암 병기가 과대평가돼 불필요하게 직장을 많이 잘라 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수술 전 판단한 병기의 정확도는 종양 깊이가 59~95%, 림프절 전이가 39~95%였다. 국소절제술 환자와 광범위 절제술 환자 간에는 3년 생존율과 무병생존율, 성·연령·체질량지수(BMI), 종양의 크기·분화도·점막하층 침범 깊이, 재발률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직장은 대장(결장 및 직장)의 끝 부분으로 항문으로 이어진다. 성인의 경우 길이가 15㎝가량 된다. 직장암은 종양의 크기가 아니라 종양의 조직 침투 정도에 따라 수술범위 등이 달라진다.
직장암의 병기(1~4기)는 암세포가 직장 벽을 어디까지 침범했는지(T병기), 결장 주위 림프절 전이 여부와 전이된 림프절의 수(N병기), 간·폐 등 멀리 떨어진 장기로 전이됐는지 여부(M병기)를 종합한 TNM 병기로 판단한다. 직장암 국소절제술은 종양이 직장 점막층까지만 침범했고 직경 4㎝ 미만이며 림프절·정맥·신경을 침범하지 않은 경우에 권고된다. 하지만 수술 전에는 정확한 진단이 쉽지 않다.
이인규 교수는 “초기 직장암은 국소절제술로 완치에 이를 수 있다”며 “비뇨생식기 및 배변과 관련된 구조물에 둘러싸여 있는 직장을 광범위하게 잘라내면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지므로 우선 일부만 잘라낸 뒤 병리학적 조직검사를 통해 광범위한 절제 여부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 또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되지 않고 직장 점막층 또는 점막 밑 근육층까지만 침범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그 대상이다. 이 교수는 “다만 이런 결정은 다양한 진단방법으로 병기를 정확하게 설정하고 다학제 치료와 수술 방법을 환자와 충분히 상의하고 결정하는 것이 전제”라고 강조했다. 연구결과는 ‘국제대장암학회지’ 인터넷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