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출범할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가 노동 쪽으로 기울어질 모양새다. 기구의 명칭 앞머리부터 ‘경제사회발전’에서 ‘경제사회노동’으로 바뀐다. 기구 산하에는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비롯해 해운·버스운송 등 업종별 위원회도 구성된다. 전문가들은 ‘참여주체의 확대’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이 각자 저마다의 요구사항만 쏟아내면 합의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2차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새 사회적 대화기구 명칭 등에 대해 노사정이 의견접근을 이뤘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사회적 대화기구 명칭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바꾸기로 했다. 지난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 출범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 명칭에서 경제사회발전은 기구의 목표를, 노사정(勞使政)은 참여주체를 각각 의미한다. 새 명칭에서 지향은 경제사회노동으로 두루뭉술하게 표현했고 논의주체는 아예 빼 버렸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구의 목표가 아닌 경제사회노동이라는 주제만 늘어놓았는데 뚜렷한 지향 없이 모든 문제를 다 풀려고 하다 보면 자칫 게도 잃고 구럭도 못 건질 수 있다”며 “주체도 명확하게 못 박지 않아 그때그때 정권의 입맛에 맞춰 자의적으로 결정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발전을 노동으로 바꾸는 것을 두고 사회적 대화기구가 지나치게 노동 쪽으로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노동 존중’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이념적 가치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노사정은 또 이날 회의에서 청년·여성·비정규직 및 중견기업·중소기업·소상공인 등으로 사회적 대화기구의 참여주체를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구 안에 미조직 취약계층 관련 위원회를 설치해 청년·여성·비정규직 등 여러 참여주체가 스스로 의제를 개발하고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의 디지털화(4차 산업혁명)와 노동의 미래 위원회, 안전한 일터를 위한 산업안전위원회·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 등 3개의 의제별 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이뿐만 아니라 노동계는 해운·버스운송 등의 업종별 위원회도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업종별 위원회에 관한 사안은 실무 논의를 거쳐 제3차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대화기구가 참여주체의 외연을 넓히는 데 대해서는 대체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최영기 한림대 교수는 “여러 목소리를 담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청년·비정규직 등의 경우 과연 누구를 대표성을 지닌 이로 인정할 것이냐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각각의 주체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바만 관철시키려 하면 합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지훈·진동영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