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선희입니다. 오늘 처음 만난 북측 가수 김옥주씨의 목소리에 감동했습니다. 오늘 와주신 관객들에게도 전달됐나요? 16년 전에 평양에서 노래 불렀던 소중한 추억이 큰데 오늘의 추억은 또 다른 것으로 간직될 것입니다.”
가수 이선희가 북한 가수 김옥주와 한 무대에 올라 손을 잡고 한 소절씩 주고받으며 열창하자 1만2,000여 평양 관객들은 박수로 박자를 맞추며 하나가 됐다.
지난 1일 13년 만의 평양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우리 예술단의 두 번째 공연인 ‘남북평화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봄이 온다’가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3일 오후3시30분(한국시각)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류경정주영체육관은 1일 공연이 열린 동평양대극장(1,500석)보다 8배 더 큰 1만2,309석 규모다. 객석이 가득 찬 만큼 평양 주민들에게 미치는 남한 문화의 파급력이 더 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관객은 여성이 많았고 종아리까지 오는 화려한 일상한복 차림이 상당수였으며 투피스 차림도 눈에 띄었다. 남성들은 대부분 짙은 색 양복을 입었고 20대의 젊은 남녀 학생들도 무리 지어 입장했다.
이날 사회는 첫날 공연을 이끈 ‘소녀시대’ 출신의 서현과 ‘조선중앙TV’ 방송원 최효성씨가 공동으로 맡았다. 남북한 정부 관계자로 박춘남 문화상,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관했다. 1일 공연과 마찬가지로 조용필과 위대한탄생, 최진희, 강산에, 이선희, 윤도현밴드(YB), 백지영, 정인, 알리, 걸그룹 레드벨벳, 피아니스트 김광민 등 우리 예술단 총 11팀이 무대에 올랐지만 이날 공연은 남북한 가수가 함께 무대에 올라 감동이 배가됐다.
정인과 알리가 각자의 노래를 부른 직후 삼지연관현악단 소속의 가수 김옥주와 송영이 등장해 ‘얼굴’을 부르며 갈라진 민족의 그리움을 되짚었다. 이어 서현이 북한곡 ‘푸른 버드나무’를 부르자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북한 노래에 대한 관객 반응이 좋다는 점을 감안해 윤상 예술감독이 이 곡의 순서를 앞부분에 배치한 의도가 엿보인다. 서현은 감기로 목 상태가 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객석의 박수에 힘입어 완창했다.
뒤이어 이번 공연의 최연소 가수인 레드벨벳이 무대에 올라 ‘빨간 맛’을 불렀는데 화려한 율동과 음악에 관객 일부는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반면 강산에가 실향민인 부친의 사연을 담은 ‘라구요’를 부르며 눈시울을 적시자 객석에서는 열화와 같은 박수가 터졌고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최진희는 자신의 곡 ‘사랑의 미로’와 남매 가수 현이와덕이의 1985년 곡 ‘뒤늦은 후회’를 불렀다. 최씨가 북측의 요청으로 부르게 된 ‘뒤늦은 후회’는 이 공연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어 백지영은 “우리가 함께하는 순간을 ‘잊지 말자’는 곡”이라며 대표곡 ‘잊지 말아요’ 등을 열창했다.
이선희·최진희 등과 함께 16년 전에도 평양에서 공연한 적 있는 윤도현밴드(YB)가 부드러운 록버전으로 편곡한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불러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었다. 이 곡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생모 고용희(1953~2004)의 생전 애창곡으로 알려져 있다. 조용필이 ‘친구여’와 ‘모나리자’를 부르자 공연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이어 여성 가수들이 백지영을 시작으로 북측 김옥주 등 차례로 등장해 북한곡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으로 화음을 맞췄다. 현송월 단장의 편곡으로 다시 태어난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다시 만납시다’를 함께 부르자 관객 전원이 기립박수를 10분가량 이어갔다.
공연 직후 현 단장은 “훈련(연습)이 많지 않았는데 반나절 했는데도 남북 가수들이 너무 잘했다”면서 “같이 노래 부른 부분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이후 이날 오후7시30분에는 북한 김영철 부위원장이 주재하고 도종환 장관이 참석한 예술단 만찬과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이 주재한 태권도단 만찬이 각각 진행됐다.
한편 이번 우리 예술단 방북은 올여름 인도네시아에서 열릴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 추진이라는 성과도 거뒀다. 도 장관과 김일국 북한 체육상은 앞서 2일 오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만나 남북 체육교류 방안을 논의하면서 이 같은 의사를 확인했다. 남북은 오는 27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후에 아시안게임 남북 공동입장을 포함한 체육교류 방안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평양공연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