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은 ‘옐로우시티’(Yellow city)라는 슬로건으로 지자체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표방하고 있다. 아마도 읍내를 관통하고 있는 물줄기가 황룡강이기 때문인 듯 했다. 아닌게 아니라 굽이치는 물줄기는 용의 형상과 흡사하다. 장성군은 이를 위해 봄에는 노란 튜울립, 여름에는 메리골드, 가을에는 해바라기, 겨울에는 노란국화로 시내를 장식한다. 4월을 맞아 꽃으로 정원을 단장하는 ‘빈센트의 봄’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장성에서 남도의 봄을 맞고 왔다.
장성을 대표하는 관광지를 꼽으라면 뭐니뭐니 해도 백양사와 축령산이다. 백제 무왕 때 백암사로 창건한 백양사는 고려 덕종때 중연선사가 중창불사후 정토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후 조선 선조 때 환양선사가 영천굴에서 설법을 하는 중에 흰 양이 자신의 죄를 용서받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오면서 백양사로 불려지게 됐다. 산을 등지고 있는 백양사 일대는 온도가 낮은지 오히려 북쪽의 서울보다 화신(花信)이 늦었다.
기자가 백양사를 찾은 지난주에는 이 절의 명물인 고불매(古佛梅)의 망울이 움트고 있었다. 고불매는 경내에 있는 수령 350년의 홍매로 2007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고불매라는 이름은 ‘부처의 가르침을 기린다’는 의미의 고불총림(古佛叢林)에서 따 온 것으로 선암사의 무전매, 전남대의 대명매, 담양군 계당매, 소록도 수양매와 함께 호남 5대 매화로 꼽힌다.
하지만 백양사에는 매화와 진달래, 동백을 제외하면 아직 봄이 내리지 않았다. 절을 둘러싼 산의 수풀은 신록은 고사하고 나뭇가지에 물 조차 오르지 않았다. 절 뒤편의 백암산도 바위와 나뭇가지로 회색빛 일색이다. 그래서 기자는 밤을 기다렸다. 쌍계루의 야경으로 조급한 봄나들이를 보상받고 싶었다.
숙소에 일찍 들어 두어 시간을 보낸 후 어둠에 묻힌 경내로 들어가 삼각대를 펴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촬영에 열중해 있는데 콧노래를 부르며 절로 들어오던 보살 한 분이 어둠 속에 버티고 선 내 모습을 보고 혼비백산 했다. 보름달 빛 조요한 산사에 파장을 일으킨 기자는 ‘낄낄’웃으며 삼각대를 접고, 살며시 철수했다.
이튿날 새벽, 전북 고창과 경계를 이룬 축령산(621.6m)으로 향했다. 1,148ha에 편백과 삼나무 등 상록수가 조림된 축령산은 한국 숲의 모습과 판이하게 다르다. 하늘을 찌르고 선 키다리 편백 군락 탓이다.
독림가 임종국 선생이 6·25동란으로 민둥산이 돼버린 축령산기슭을 56년부터 21여년간 조림하고 가꾸어 국내 최대 규모의 숲으로 바꿔 놓았다. 편백나무는 피톤치드가 풍부해 삼림욕의 효과가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곧게 뻗은 편백 잎들이 하늘을 가려, 임도 곳곳은 대낮에도 어두컴컴했다. 숲 한켠에는 임종국선생 부부가 수목장으로 묻힌 공터가 있어 잠시 앉아 다리를 쉬어 갈 수도 있다. 서삼면 모암리 682, 서삼면 추암리 669일대.
장성에 머무른 김에 홍길동테마파크도 둘러보기로 했다.
90년대 후반 한 공무원이 구전으로 내려오는 홍길동 이야기를 ‘콘텐츠로 활용하자.’고 제안한데서 출발한 홍길동테마파크는 스토리텔링의 성공사례로 평가받을 만 하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는 홍길동에 관한 언급이 여러 차례 나오는데, 홍길동전은 허균이 부안에 머물 때 한 기생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광해군 초기에 집필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성군은 이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홍길동 할아버지는 홍징은 이성계와 함께 왜구를 물리친 공신이었지만, 역모에 연루되어 멸문지화를 당했다. 이 와중에 넷째와 다섯째 아들이 장성, 고창에 숨어든 것이 홍길동의 고향이 된 배경이다. 홍길동테마파크는 이런저런 스토리를 엮어 조성해 놓았는데 “5월 홍길동축제때는 팬지, 메리골드, 꽃잔디가 피어 관광에 안성맞춤.”이라는게 임지현해설사의 전언이다.
한편 장성군은 봄꽃으로 정원을 꾸며 힐링 공간 제공한다는 취지로 오는 9일부터 24일까지 16일간 장성역 광장 일대에, 노란색으로 상징되는 화가 빈센트 반 고호의 이름을 딴 ‘빈센트 정원’과 ‘쌍둥이 정원’을 꾸며 놓고 사진전, 야생화전시회 등을 진행한다. /글·사진(장성)=우현석객원기자
<장성맛집>백련동 편백농원
장성군 서산면 추암리 축령산 자락에는 ‘백련동 편백농원’이 있다. 이 곳은 식당과 편백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식당의 경우 주 메뉴는 1인분에 6,000원짜리 백반이다. 저렴한 가격에도 제육과 산채등이 상을 한가득 채운다. 요리사 김주엽씨는 서른이 안된 젊은 나이에도 손맛이 있는 편이다. 이 집은 상호에서 알 수 있듯이 편백 잎을 쪄서 증류해낸 액으로 화장품, 비누 등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 홍길동테마파크 근처에 있다. 장성군 서삼면 추암로 555. (061)393-7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