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저출산 사회의 자원배분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저출산의 큰 흐름을 되돌리기는 힘들므로 여기에 모든 전력을 쏟아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에서 보듯이 인구가 감소하면 경제 체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출산의 속도를 완화하면서 경제가 마찰이 작은 경로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필요하다.

인구가 줄어들면 가구 단위의 순(純)소득은 증가한다. 돈 버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부양해야 하는 인구가 적기 때문이다. 여기서 생기는 순소득을 인구배당금이라 부른다. 인구배당금을 받는 가구가 이를 어떻게 처분하느냐가 중요해진다. 투자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소비지출이나 부동산 투자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하여, 국가차원에서 세 가지 자원배분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인구 증가에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1974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스웨덴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Gunnar Myrdal)은, 인구가 줄면 가계 소득이 증가하여 가구는 풍요로울 수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볼 때는 지속적인 인구감소는 결국 모든 사람의 소득수준에 영향을 준다고 보았다. 개인의 이익이 사회의 이익과 충돌되는 ‘구성의 모순’이 일어나는 셈이다. 이 때는 출산·육아에 대해 사회의 부담을 늘리는 형태로 개인에게 경제적 보조를 해주어야 한다. 오늘날 북유럽에서 출산율이 높은 것은 일찍이 이러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둘째, 강제 저축을 늘려 노후에 대비하게 해야 한다. 부양하는 자식이 줄게 되면 저축을 늘리기 보다 자식에 대한 지출이나 가구의 소비지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교육비에 과잉·중복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지출이 발생하기 전(前)단계에서 국민연금이나 사적연금의 갹출금을 통해 강제저축을 증가시키면 이러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 현 세대의 저축은 자식 세대의 부담과 국가의 재정부담을 줄여준다. 각 종 유인체계를 통해 저축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셋째, 저축을 투자로 연결해야 한다. 부양 자녀의 감소로 증가하는 순소득이 소비로 지출되지 않더라도 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제한적 토지를 두고 과다한 수요가 일어나면서 부동산 가격이 과하게 상승하게 된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과도한 부동산 가격 상승은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 부담을 준다. 저축되는 인구배당금은 부동산이 아닌 투자로 연결시켜야 한다. 투자는 수요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들이 저성장에 빠지는 것은 부동산에 과다한 자금이 쏠려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음을 명심하자.

자산운용 성과를 잘 내려면 자산배분을 잘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저출산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는 사회적으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로드맵을 갖고 있는 게 필요하다. 인구라는 전선(戰線)이 불리한 데 무조건 돌격이나 무조건 후퇴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전략적 후퇴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녀 부양비용 감소에서 나오는 잉여 자원인 인구배당금이 소비, 과잉지출, 부동산 투자로 흐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 대신 출산·육아, 노후대비 저축, 투자로 자원이 흘러가게 해야 한다. 틀을 바로 잡아 놓아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