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통상전쟁·구조조정에…신용위험 금융위기 이후 최고

한은,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자동차·조선 등 구조조정 여파로 은행의 신용위험지수가 금융위기 이후 최고로 커졌다. 대출 부실을 우려하는 은행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대출 문턱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를 보면 올 2·4분기 국내 은행의 신용위험 전망 지수는 35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4분기(3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 1·4분기 24보다도 많이 뛰었다. 신용위험지수가 높을수록 금융기관이 대출 부실 우려가 크다고 평가한다는 의미다.

특히 중소기업 신용위험은 1·4분기 23에서 2·4분기 43으로 크게 올랐다. 역시 2009년 1·4분기(47) 이후 최대치다. 자동차·조선 구조조정으로 협력업체의 실적 부진이 가시화하고 있고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채무 상환 부담 증가 가능성, 지방의 부동산 경기 위축 가능성 등도 영향을 미쳤다.


대기업의 경우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이 신용위험을 높였다. 최근 미국이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 물량 감소가 나타나고 있으며 원화 강세 흐름까지 나타나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도 고조되고 있는 점도 직간접적으로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이런 탓에 대기업 신용위험지수는 1·4분기 10에서 2·4분기 17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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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신용위험도 같은 기간 23에서 30으로 증가했다. 대출 금리 상승과 지방 주택가격 하락 움직임 등 때문이다.

대출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 등 영향으로 돈줄을 조이는 추세였는데 신용위험 우려가 커지면서 대출 심사를 더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2·4분기 국내 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14로 1·4분기(-17)에 이어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대출태도지수가 낮을수록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짐을 뜻한다. 대기업(-3), 중소기업(-10), 가계 주택자금(-30), 가계 일반(-7) 모두 대출태도 강화가 예고됐다.

특히 지난해 3·4분기(-3), 4·4분기(3), 1·4분기(-3) 등 대출태도가 완화되는 움직임을 보였던 중소기업도 2·4분기엔 강화 움직임이 뚜렷해진 것이 눈에 띈다. 김윤래 한은 은행분석팀 과장은 “금융기관들은 새 정부 들어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에 따라 이들에 대한 대출을 늘리는 추세였는데 구조조정·금리 상승 등에 따른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대출 문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기조가 아니었으면 대출 태도를 더 강화했을 것이라는 기관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저축은행·카드회사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 태도 역시 2·4분기 -25로 은행과 같은 기조를 보였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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