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中 무역전쟁] '상대 전의 꺾겠다' 연일 무역압박·역공..."결국 합의할 것" 뒤에선 대화채널 가동

-강온 양면작전 펴는 G2

"中, 美농민·제조업에 해 끼쳐"

트럼프, 표밭 의식해 강공

中 상무부는 "끝까지 싸울 것"

므누신, 이달중 방중 검토

류허 부총리도 협상 나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 신호를 보낸 지 하루 만에 다시 돌변해 강공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역전쟁의 포문을 연 두 나라가 강온 양면작전을 벌이며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다. 미중이 각각 이번 무역전쟁을 ‘이길 수밖에 없는 싸움’이라고 자신하며 협상에 앞서 상대의 전의를 꺾어놓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고율 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수입품 1,300개 품목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1,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부과 방안을 고려하라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한 것은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지지기반인 러스트벨트(공업지대)와 팜벨트(농업지대)의 ‘표’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500억달러 규모의 관세부과 예고에 대해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등 106개 품목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맞대응하자 표밭인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악화하는 여론을 달래기 위해 한층 과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그는 USTR에 추가 관세 검토를 지시하면서 “중국은 불법행위를 바로잡기보다 미국 농민과 제조업체에 해를 끼치는 길을 택했다”면서 “농무장관에게는 그가 가진 폭넓은 권한을 활용해 우리 농민과 농산품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계획을 이행하라고도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내에서 러시아 커넥션과 성관계 추문 등에 휘말린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강경노선으로 지난 2016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었듯이 중간선거를 의식해 중국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면서 겉으로는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물밑에서는 관세 발효를 피하기 위한 협의를 벌이는 ‘트럼프식 거래외교’가 재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심 미국과의 협상채널 가동을 원하는 중국도 표면적으로는 일전불사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6일 중국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1,000억달러 규모 추가 관세 부과 움직임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모든 전면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민일보도 이날 논평에서 “중국은 미국의 공격에 맞서 칼을 빼 들었다”며 “기왕 칼을 빼 들었다면 강력히 반격해 미국에 고통을 안겨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전날 저녁 중국 당국은 미국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 232조 조치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 조약법률국은 발표문을 통해 “미국은 일부 국가에 대한 관세 조치를 면제하면서 중국을 포함한 WTO 회원국에 관세를 추가 징수했다”며 “이 같은 조치는 WTO의 관련 규정과 비차별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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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양국은 겉으로는 위협적인 구두 압박과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적 역공에 나서면서도 협상을 위한 퇴로는 여전히 열어놓는 분위기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5일 미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간 협상이 진행될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결국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며 “좋은 결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달 중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베이징에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물밑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제책사인 류허 부총리를 내세워 미국과의 협상채널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다만 백악관 내 트럼프 브레인의 권력이동에는 다소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갈등을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를 원하지만 미국의 협상 키맨이 누구인지, 미국이 과연 협상에 응할 생각인지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시 주석이 8일 중국 하이난에서 개막하는 보아오포럼에서 새 개혁개방 조치 등을 발표하며 미국에 유화 제스처를 보일 수도 있다”며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의 대중 무역 강경파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뉴욕=손철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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