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시 왕지동에서 ‘동네 맛집’으로 꼽히는 일식당을 운영하는 부부의 가정이 새벽에 들이닥친 화마에 풍비박산이 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A(39)씨가 약 3년 전 개업한 초밥 전문 일식당은 순천지역에서는 맛집으로 SNS상에서 정평이 난 식당이다.
항상 미소로 손님들을 맞던 A씨 부부였지만, 가족에게는 우환이 있었다.
막내아들(8)이 급성백혈병으로 수년째 투병해오다 지난해에는 뇌종양까지 생겨 큰 수술을 받았다.
부부는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아픈 아들을 돌보면서 열심히 식당을 운영해 고객들로부터 맛집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 단란한 가정에 화마가 닥친 것은 7일 새벽.
이날 오전 4시께 전기배선이 있는 1층 식당 옆 식자재 보관 창고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길은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2층짜리 상가 건물을 삽시간에 휘감았다.
A씨의 아내 B(33)씨는 매캐한 연기에 잠에서 깨어나 119에 전화를 걸었다.
“불이 났어요. 구해주세요.”
소방대가 신속히 출동했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불길에 절정에 달한 상태였다.
1층 식당이 대부분 불탔고, 가족이 살던 2층도 거센 불길에 휩싸였다.
식당 옆에 주차한 차도 불타고 있었고, 옆 건물 벽면에도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소방대는 곧장 소방수를 뿌려 진화작업에 돌입하는 동시에 사다리에 올라 2층 창문을 깨고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거센 화염과 연기 속에 천장마저 무너져 내리면서 구조를 방해했다.
소방대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집안에 들어가 화장실에서 일가족 4명을 발견했다.
부부가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딸(11)과 아들을 깨워 화염과 연기를 피해 화장실로 대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딸과 아들은 연기를 흡입해 이미 숨진 상태였고, 아내 B씨는 의식불명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날 오후 숨을 거두고 말았다.
A씨는 의식을 되찾아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불이 난 상가 건물은 크기가 작아 소방시설 설치대상이 아니었다.
화재원인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샌드위치 패널 소재가 급격한 화재 확산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A씨의 식당을 자주 방문했다는 시민 김모(38)씨는 “맛뿐만 아니라 부부의 친절한 미소가 기억에 남던 식당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