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500여명 인력 감축 못하면 STX, 청산 수순 가능성 커

법정관리 여부 오늘 결정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다 끝났다고 보면 됩니다.”

8일 한 중견 조선업체 고위관계자는 단호했다. STX조선해양이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아웃소싱(외주·협력업체로 자리를 옮김) 신청을 받은 결과 신청자 수가 목표치를 한참 밑돌았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채권단의 실사 끝에 극적으로 살아남았지만 채권단이 요구한 수준의 인력 조정에 실패하면 회사가 공중분해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그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퇴직 위로금은 커녕 아웃소싱을 통해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채권단과 사측은 9일 마지막으로 한번 더 노조의 목소리를 들어보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채권단이 받아들일진 미지수다. 채권단은 기존에 제시했던 생산직 인력 75%(500명) 감축이 이뤄지지 않으면 STX조선해양을 살려놓는 게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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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개선 없이는 STX조선이 또다시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서다. 지난해 11월 산업은행이 STX조선에 대한 외부 실사를 진행한 결과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게 나왔다. STX조선 등 국내 중견 조선사가 만드는 중형 선박이 중국 업체들의 선종과 겹쳐 경쟁력을 잃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국내 조선사는 선박 품질에서 다소 앞선 것으로 평가받지만 중국 조선사는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품질 열세를 가격으로 상쇄하고 있다. 결국 인건비의 대대적인 감축이 없는 한 살려 놓더라도 얼마 가지 않아 STX조선은 또다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과의 경쟁 탓에 현재 수주하는 선박들은 대부분 마이너스 한 자리수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며 “살아남기 위해선 건조 일감 대부분을 하청으로 돌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채권단은 법정관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회생보다는 청산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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