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삼성증권 배당사고 일파만파] 선임애널이 유령주 312억 매도...내부통제 붕괴에 도덕적해이까지

■무력화된 증시시스템

무차입 공매도 금지 됐지만

전산실수·조작만으로 가능

금융당국도 걸러내지 못해

직원들은 신고·확인 않고 팔아

선물매매도 평소보다 35배 급증

시장 전반 불신·혼란 가중시켜




삼성증권(016360)의 잘못된 배당주식 매도로 인한 이른바 ‘유령주식’ 파문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국내 주식시장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증거금도 없이 말 그대로 직원의 키보드 실수로 시장에 112조원에 달하는 주식이 풀릴 수 있다는 것은 ‘난센스’에 가깝고 국내에서 금지된 무차입공매도가 실제로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사태로 만천하에 공개됐다. 과거 2012년 당시 국내 1위 증권사였던 삼성증권은 무차입공매도 금지 규정을 어겨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면서 오늘의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으로 금지한 무차입공매도, 간단한 전산 조작만으로 가능?=이번 사태로 드러난 맹점 중 하나는 전산 조작만으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주식이 대량 유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증권의 총 발행주식 수는 8,930만주, 발행한도는 1억2,000만주에 불과하지만 이번에 약 32배인 28억3,000만주가 배당으로 계좌에 입고됐다.


있지도 않은 주식이 배당되고 다시 눈앞의 일확천금에 눈이 먼 직원 일부가 이를 내다 팔면서 무차입공매도 의혹이 불거졌다. 없는 주식을 판다는 의미의 ‘공매도(short selling)’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증권사 등에서 주식을 빌려서 파는 차입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와 아예 주식이 없으면서도 파는 무차입공매도(naked short selling)다. 국내에서는 무차입공매도가 금지됐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듯 실제로 발생해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삼성증권 사태는 무차입공매도가 직원의 전산 입력 실수로도 아주 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허점을 드러냈다. 계약서도, 증거금도 없이 말 그대로 일개 직원의 단순 실수만으로 100조원이 넘는 주식이 단번에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 꼴이 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증권 내부의 실수를 걸러내거나 점검하는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금융감독기관 역시 아무런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일이 터진 후에야 사태 파악에 나서는 취약성을 노출했다.


삼성증권은 2012년 11월에도 무차입공매도 금지 규정 위반으로 당시 최고 수준인 5,000만원의 과태료 징계를 받았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등도 과태료를 받았지만 당시에는 이들 증권사가 직접 공매도를 한 것이 아니고 무차입공매도를 한 외국계 헤지펀드의 수탁회사로 직무상 주의를 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었다. 이번 사태를 무차입공매도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번만큼은 금융당국이 강력한 처벌로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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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해이 혼란 유발, 금감원 ‘삼성증권 특별검사 실시’=금융당국은 삼성증권의 소위 유령주식 거래 사태를 계기로 다른 증권사들에서도 유사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증권계좌 관리실태 전면 점검에 나섰다. 삼성증권에 대해서는 9일부터 특별점검이 실시된다.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반장으로 ‘매매제도개선반’을 구성해 주식관리 절차 전반을 재점검하고 확인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증권사가 마음만 먹으면 존재하지도 않는 주식을 언제든 만들어 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6일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이미 14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유사한 청원도 100여건 올라왔다. 이번 사태가 내부 시스템 미비 또는 오류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유령주식이 언제든지 시장에 출몰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태로 삼성증권의 허술한 시스템도 질타를 받고 있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투자 업계에서 내부 통제는커녕 보안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배당사고 당일 삼성증권 주식 선물 매매는 평소 하루 평균 1만2,000건의 35배나 되는 41만9,213건이 체결됐다. 주가 하락을 확신이라도 한 듯 비정상적으로 선물 거래가 급증했다는 의혹이 들고 있다. 삼성증권 본사 소속의 한 선임 애널리스트는 도곡동 삼성증권 강남금융센터 계좌를 통해 78만4,000주(매각 추정가 약 312억원)의 매도 물량을 내놓아 시장을 출렁이게 했고 주식 매매에 뛰어든 임원급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주식시장의 매매 체결 시스템을 면밀히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 다른 증권사 등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지 점검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신속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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