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입맛에 맞는 감사인 선임 어려워진다

외감법 시행령 개정안 발표

6년에 한번씩 회계법인 바뀌게 돼

금융당국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의 예외 요건으로 ‘6년 자유수임 후 감사인 스스로 교체’ 항목을 추가하면서 앞으로 기업 입맛에 맞는 회계법인을 선택하는 것이 더욱 어렵게 됐다. 외부감사를 받는 기준도 구체화했다.

금융위원회는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부감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신규 추가된 예외 요건으로 기업과 회계법인과의 수직적인 관계가 개선되고, 회계법인이 회계부정을 눈감는 일도 줄어 들 것으로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예외 요건이 추가되면서 외감법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부회계관리가 양호하고 차기 감사인을 스스로 교체하기로 확약한 회사는 감사인을 자유선임 할 수 있다. 개정 법률에서는 과거 6년내 감리를 받고 위반이 없는 회사만 예외가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외 요건을 적용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기업은 감리를 신청 할 수 있다. 다만 증권선물위원회는 감리를 신청한 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 과거 재무제표 심사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사인 지정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신청을 반려할 수 있다.

금융위가 촘촘하게 내부회계를 살피겠다는 입장이어서 예외 사례가 많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예외를 받든 안 받든 법률상 예외가 적용되는 회사를 제외하고는 6년에 한번씩 감사인이 변경되는 셈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기존 감사계약기간 종료시점까지 지정을 유예하는 경우 시행 첫 해인 2020년 지난해 말 기준 상장법인 1,959개사 중 32%(630개사)사가 감사인 지정제를 적용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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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관계자는 “벌써부터 기업과 회계법인과의 관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감사인 지정제 확대로 비정상적인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예외 요건이 추가되면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도입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회계법인의 한 대표는 “회계 감사와 기업 내부회계관리는 다른 영역임에도 내부회계관리가 양호하다고 예외 요건으로 두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더욱이 예외 요건에 해당해 기업들이 자유수임 할 경우 회계법인은 바뀔 지 몰라도 여전히 기업의 입맛에 맞는 감사인을 선정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인 지정제 외에도 개정안에는 외부감사 대상의 구체적 기준이 포함됐다. 금융위는 유한회사에 대해서도 주식회사와 같은 기준으로 외부감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감사를 받는 기준도 구체화 했다. 자산 100억원 미만, 부채 70억원 미만, 매출액 100억원 미만, 종원원 수 100인 미만 중 3개의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간에는 자산이 120억원 이상이거나 자산이 70억원이면서 부채 또는 종업원 수가 일정 규모 이상이면 외부감사 의무가 부과됐다. 외감 대상 기준 개선에 따라 감사 대상은 현행 주식회사 2만8,900곳에서 3만3,100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사후제재 위주의 기존 감독방식에서 적시 오류수정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회계감독업무를 선진화 하고. 회계법인의 감사품질 관련 주요 사항은 사업보고서와 별도로 회계법인 홈페이지에 공시하도록 하는 등 회계법인에 대한 감독과 제재도 강화했다.

이밖에 고의적 회계부정에 대한 기본 과징금을 법률 상한의 30% 이상으로 설정하는 등 과징금 부과기준도 마련하고, 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해 사업보고서 제출기한 이후 주총이 개최되는 경우에 한해 감사인에 대한 재무제표 제출기한을 주총일과 분리해 사업보고서 제출기한 6주전으로 변경했다. 금융위는 외부감사법 개정 관련 금융위 규정 개정안을 5월말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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