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차별 없는 북유럽 인권교육 배우자

'미투' 보면 양성평등 아직 멀어

어릴때부터 차별없는 인권교육

북유럽서 수평사회 해답 찾길

오현환 여론독자 부장




“어이구 한남, 한남충들.” 성폭력 문제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자 대학 다니는 딸 아이가 내뱉었다. 한남이란 한국남자, 한남충이란 한자 ‘蟲(벌레 충)’을 보태 정말 싫다는 의미로 쓰이는 은어다. 이 말은 여성혐오를 반사해 남성들에게 돌려준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통해 확산하며 여학생들 사이에 널리 쓰인다고 한다.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폭력은 물론 남녀차별·가부장적 권위주의·제사문화 등 불평등한 문화를 지닌 한국 남자들은 교제나 결혼대상으로 빵점이라는 얘기다. 안 그래도 저출산 문제로 미래가 안 보이고 후세대가 걱정되는 마당이라 덜컥 겁부터 난다.


미투 운동이 구석구석까지 파고들며 수십년 또는 수백년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있다. 성차별·성폭력이 얼마나 많이 쌓였으면 파도 파도 끝이 없을까.

지난해 10월 영화 ‘반지의 제왕’ 제작자인 미국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성희롱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해시태그(#MeToo)를 다는 것으로 시작된 이 운동이 올해 1월 한국 법조계로 번졌다. 검사의 뒤를 이어 내로라하는 시인·연극인·배우·목회자·정치인·교사·교수·직장상사 등 사회 전반에서 수십년 전 일들까지 터져 나왔다.

이 시대 한국은 급변하는 사회다. 전직 대통령이 둘이나 구속됐고 분단된 남은 한쪽의 핵무기 폐기를 위한 열강들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인구 5,000만-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의 강대국 클럽에 세계 일곱 번째로 입성한 부자 나라가 됐지만 우리의 양성평등 수준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어는 세계 어떤 언어보다도 존칭어가 많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런 어려움을 토로한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태어나면 형과 아우, 언니와 동생으로 구분해 질서와 예의를 가르친다. 학교에서도 사회에 나가서도 선후배를 지키는 문화가 철저하다. 그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성폭력처럼 왜곡되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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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의 길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는 이런 문화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유목문화, 유교 국가 조선의 유산일까. 군국주의적 사회였던 일제, 군사정권의 독재시기 영향이 컸을 수도 있다.

어떻게 새롭게 거듭날 것인가. 바이킹의 북유럽 인권교육에 해답이 있다고 본다.

한국에 태어나 덴마크로 입양돼 성장한 후 한국에서 북유럽 국가 대사관에서 일하고 있는 크리스티안(한국명 이완하)씨는 북유럽 여성이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당당하게 성장하는 이유로 어릴 때부터 차별 없는 인권교육을 철저히 받는 점을 꼽았다. 과다한 세금 때문에 이민 갔던 사람들이 자식 교육을 위해 다시 북유럽으로 돌아오는 사례가 많은 것도 이 같은 교육시스템 덕분이라고 한다.

북유럽 정보 커뮤니티 ‘노르딕후스(nordikhus)’를 운영하는 이종한 대표는 북유럽 정신은 ‘모든 자연·사회·국가보다도 내가 중요하다. 내가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도 존엄하다’는 인식에 있다고 강조한다. 어릴 때부터 교육받은 이런 생각이 배려하는 사회, 평등사회, 노르딕 ‘소울’을 만들었고 정치·경제·사회구조의 근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학교에서는 철저하게 차별 없는 교육이 진행된다. 장애인도 일반 학생과 함께 수업하며 뒤처지는 학생을 돕는 고급인력의 특수교사가 일반교사를 도와 수업을 진행한다.

우리나라도 북유럽의 인권교육을 배웠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학교에서도 남학생과 여학생은 물론 장애인까지 누구도 차별이 없는 소중하고 존엄한 존재임을 철저히 가르치는 시스템을 갖추면 좋겠다. 성교육도 겉핥기로 지나치지 말고 제대로 했으면 한다. 직장에서도 양성평등에 대한 인권강연이 많이 진행됐으면 좋겠다. 이는 수평사회로 가는 길을 돕고 경제적으로도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가는 걸음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도 질서가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개별 가족 구성원의 존엄을 중시하면 좋겠다. 유교 문화가 우리 골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공자님은 원래 개인의 존엄을 매우 강조했다고 한다. 유교 5대 경전의 하나인 ‘예기’에서는 예의 근본으로 상호 존중을 의미하는 ‘경(敬)’ 자 하나로 정리한다. 가족이든 친구든 동료든 타인이든 나보다 낮은 사람이 없으며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자세를 지니는 게 예의 근본이라는 것이다./hhoh@sedaily.com

오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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