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지역경제 회생 방식의 양면]'고용위기 지역' 쇼핑몰도 저지...폐업 늘어나는 '청년몰'은 지원

군산·창원 등 규제 강화·주민 반발에 출점 못하는데

경영난 심한 청년몰 업그레이드해 229억 투입 '대조'

"'진입규제·기존상권 지원' 틀에서 벗어나야" 목소리




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3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중 1조원은 구조조정 지역 지원에 들어간다. 지원 대상은 자동차·조선업 구조조정으로 경기침체와 실업난에 빠진 6개 고용위기지역이다. 여기에는 전북 군산과 경남 창원 진해구가 포함됐다.

지원책의 하나로 정부는 52억원을 더 들여 위기지역 내 ‘복합청년몰’ 3곳을 추가 조성하고 군산공설시장 청년몰을 개선하기로 했다. 복합청년몰이란 전통시장 안에 청년상인점포를 차려주는 기존 청년몰에 쇼핑·문화·육아시설을 결합한 것이다. 서울 코엑스몰,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이어 하남·고양 스타필드까지 복합쇼핑몰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에 착안했다. 지원 규모도 기존 청년몰 사업(한 곳당 15억원)보다 두 배 많은 30억원을 책정했다.

위기지역에 할당한 52억원을 포함해 정부가 이번 추경에서 복합청년몰 지원 명목으로 편성한 예산은 총 116억5,000만원이다. 이미 조성된 청년몰도 정부지원이 끝나면서 폐업이 늘고 경영난이 심해지자 추가 지원을 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올해 본예산(112억5,000만원)까지 합치면 총 229억원이 복합청년몰을 만드는 데 쓰인다.


군산은 정부 청년몰 사업의 역점 지역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군산공설시장은 이미 청년몰이 들어가 있지만 지역 경제가 피폐하다 보니 사정이 아주 안 좋다”며 “추경으로 추가 지원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중기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군산공설시장 청년몰은 입점한 점포 20곳 중 8곳이 문을 닫아 폐업률이 40%다. 전국 청년몰 14곳 중 두 번째로 높다. 현대중공업·한국GM 공장이 연이어 문을 닫으면서 지역 경제가 얼어붙은 여파다. 중기부는 복합청년몰의 성공을 위해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들여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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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작 민간기업이 스스로 투자해 만드는 복합쇼핑몰은 대형 유통업체 규제 강화와 지역 상권의 반발에 길이 막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말 개장 예정인 롯데아울렛 군산점은 2016년부터 입점에 반대하는 지역상인단체와 수차례 협의해 20억원의 상생기금을 기탁했다. 현지 채용비율도 타 지역의 2배 수준으로 늘려 총 600명 중 400명을 군산시민으로 채용했다. 하지만 개장일이 다가오자 지역상인들은 또 다른 조합단체를 만들어 중기부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개장을 3년 연기하거나 인근 상가 활성화 지원금으로 260억원을 지급하라는 요구에 롯데아울렛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롯데아울렛 관계자는 “단체가 워낙 많고 제각각인데다 요구사항도 무리한 부분이 있다”며 “개장이 지연되면 입점업체와 고용인력도 피해가 불가피해 일단 원래 일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고용위기지역인 진해구가 속한 창원은 사정이 더 복잡하다. 신세계그룹은 2016년 창원시 중동의 빈 땅을 매입한 뒤 지난해 12월 스타필드 출점 계획을 밝혔다. 창원시민들은 지역 내 쇼핑·여가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김해·부산까지 나가야 했다며 스타필드 출점을 환영했다. 하지만 지역 중소상인과 시민단체는 ‘스타필드 입점 저지 대책위원회’ 등 단체를 결성해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다. 논란이 심해지자 창원시는 스타필드 건축허가를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차기 시장에게 맡기겠다며 공을 넘겨버렸다.

‘창원 스타필드 지지자 시민모임’에 가입한 B씨는 “복합쇼핑몰을 규제한다고 사람들이 전통시장에 가지는 않는다”며 “지역경제와 소비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세금을 쓴다면서 대형 쇼핑몰은 규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현배 서강대 교수는 “대형마트 같은 대형 체인의 확장은 중소상점의 진입·퇴출을 촉진해 소매업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며 “지역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진입규제와 기존 업체에 대한 지원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생산성 높은 사업체 중심으로 구조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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