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가계대출 늘리지 말라" 다시 경고한 금융당국

가계 빚 증가 안정세 불구

관행적인 행정지도 논란

금융권 "영업 말라는거냐"

1115A11 가계부채 규모 및 증가율 추이



금융감독원이 가계부채 문제가 안정화됐다고 평가했지만, 관행적으로 은행의 가계대출 영업경쟁을 제한해 논란이 되고 있다.


10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시중은행에 영업점 성과를 평가할 때 가계대출 취급실적을 반영하지 말라는 내용의 행정지도 공문을 보냈다. 지점 성과를 평가할 때 가계대출 실적이나 대출고객 증가 실적 등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한 것인데 이렇게 되면 지점에서 가계대출 영업을 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금감원은 이 같은 행정지도가 제대로 지켜지는지에 대해서도 살필 계획이다. 금감원은 다만 새희망홀씨 등 정책서민금융상품에 대해서는 영업 실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은행원의 대출영업을 크게 제한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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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정지도는 지난 2014년 가계대출의 급증을 막고자 처음 도입된 것으로 매년 연장돼왔으며 올해에도 관행적으로 유지됐다. 가계부채는 2015년의 경우 전년 대비 10.9% 늘었으며 2016년에는 11.6%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증가 폭이 8.1%로 줄었다. 올해에도 신용대출 등도 한도에 반영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도입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연착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달 21일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를 통해 “지난해 가계신용(대출)의 증가속도가 상당 부분 안정화됐다”고 평가를 내렸다. 특히 대부분 은행들은 실적 평가 시 가계대출 관련 지표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신 총부채상환비율(DTI)이나 DSR 도입으로 고객에게 대출을 내줄 일이 줄었음에도 기존의 지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건 모든 은행의 실적 체계를 일원화해 은행 간 경쟁을 막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가계대출을 옥죄는 방침을 고수해 대출이 거절되는 이른바 ‘대출 절벽’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안 그래도 각종 대출 규제 도입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는 고객을 거절할 일이 많다”면서 “실적 평가에도 반영이 안 되면 어떤 은행원이 굳이 자금이 급한 고객 사정에 신경 쓰겠냐”고 반문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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