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주 내내 안경을 쓰고 출근했다. 평소 선명하게 보이던 남산타워조차 미세먼지에 가려 보이지 않자 렌즈를 빼고 안경을 꺼내 썼다. 김씨는 “갑자기 안쓰던 안경을 착용하니까 동료들이 어색하다고 놀렸지만 미세먼지와 황사가 심한 봄에 렌즈를 쓰면 눈이 뻑뻑할 때가 많다”면서 “당분간 안경을 쓰고 다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따스해지는 봄이면 벚꽃과 함께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미세먼지와 황사다. 신체 중 가장 예민한 기관인 눈은 가장 먼저 이들의 방문을 알아챈다. 전문가들은 봄철 유행하는 안구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먼지 입지로 이뤄진 대기오염 물질이다. 중금속 물질까지 포함돼 눈에 들어갈 경우 각막, 결막 손상이 유발된다. 여기에 황사와 건조한 날씨가 더해져 눈물을 빨리 마르게 하면서 눈 건강을 악화시킨다.
전문가들은 봄철 주의해야 할 3대 눈병으로 안구건조증, 알레르기 결막염, 유행성 각결막염을 꼽는다. 먼저 안구건조증은 눈물을 만드는 기관에 염증이 생기거나 눈 표면을 보호하는 막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으로 건조한 봄철 스마트 기기를 자주 사용하고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평소보다 감소한다면 더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먼 곳을 주시하면서 눈을 감지 않고 10초 이상 견딜 수 없으면 안구건조증으로 의심된다.
미세먼지와 꽃가루처럼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결막에 접촉해 염증이 발생하면 알레르기성 결막염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주요 증상으로 눈꺼풀이 가렵거나 결막이 충혈된다. 눈 가려운 증상 때문에 눈을 비비는 경우가 많아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렌즈 착용 외에 눈 화장이나 속눈썹 착용 등의 경우에도 많이 발병한다.
이외에도 각막과 결막이 아데노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유행성 각결막염은 눈물 흘림, 충혈, 눈꺼풀 부종, 눈곱 끼임 등의 증상을 가진 질환이다. 4월부터 여름인 7~9월까지 많이 발병한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심한 날에는 외출을 자제하고 렌즈보다 안경을 써 이물질이 눈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공눈물을 사용하고 되도록 손을 눈에 대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김정섭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은 “최근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알레르기성 결막염 등으로 내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결막염을 방치하면 각막상피가 벗겨지거나 각막궤양으로 이어져 더 큰 통증과 시력 손상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증상이 나타난다면 빠른 시간 내에 안과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