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10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6·13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공식 추대했다. 보수색채가 뚜렷한 김 전 지사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면서 보수표 결집을 기대했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 후보인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은 타격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진보성향을 띈 여당(박원순·박영선·우상호)후보가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표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추대 결의식에서 “철 지난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좌파의 그릇된 생각에 매달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에 빠져있다”며 “그들(좌파)이 드디어 수도를 이전하겠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헌법개정안을 내 국회의원 과반수만 찬성해도 수도를 계속 옮겨 다니는 ‘보따리 대한민국’으로 바꾸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서울시당 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대거 참석해 김 전 지사의 후보 추대식을 축하했다.
김 전 지사는 좌파 정권의 발호를 막겠다며 서울 시장을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수도 서울의 600년 역사를 지워버리고 이상한 남북 간의 교류와 화합을 말하는 세력들이 어떤 세력인지 저는 체험으로 잘 알고 있다”며 “그들은 감옥 속에서도 북한 대남방송을 들으면서 김일성 주의를 학습해온 친구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이 청와대에 있다. 저와 같이 감옥에 산 사람들이다. 이들이 한 일이 무엇인지 저는 잘 알고 있다”며 “선거를 떠나 이런 것을 방치한다면 제 양심에서 이 시대의 김문수는 죽은 삶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현 정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나라 전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첫째는 한미동맹이 흔들리고 남북관계에서 북한 핵무기에 대한 확고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또 청와대가 지나치게 과거 운동권 정부가 돼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다만 김 전 지사는 일각에서 제기된 안 위원장과의 단일화 가능성은 일축했다. 그는 “한국당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히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정당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는 김 전 지사에게 난전(難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5일과 6일 이틀 동안 서울시 거주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35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민주당 박영선, 박원순, 우상호 세 예비후보 모두(41.4%)가 2위 안 위원장(20.0%)에 두 배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지사는 16.5%의 지지를 받아 가장 낮은 지지를 받았다. 지난 대선에서도 당시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 안 위원장이 보수표를 나눠 가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반사이익을 봤다. 보수표 분산이라는 큰 장벽이 있지만, 김 전 지사와 안 위원장의 단일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문가들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50% 안팎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승리가 요원한 만큼 양당의 서울시장 선거를 지방선거 이후 야권정계개편의 주도권 싸움 성격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한국당은 이날 김 전 지사와 함께 세종시장 후보로 송아영 부대변인을 사실상 확정했다. 한국당은 이르면 11일 최고위원회를 열고 두 사람에 대한 공천을 확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