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삼성證 전산 '합격점'준 금감원] 1년간 209번 검사했지만 오류 못잡아..불안 키운 '감독 리스크'

■삼성 전산 시스템에 합격점 준 금감원

국민노후자금 470억 평가손 발생

매년 정기검사에 상시검사 불구

주식발행 업무조차 '사각지대'

주먹구구식 내부시스템도 용인

김기식, 뒤늦게 수습·개선 주문

김기식(왼쪽)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사 대표이사 간담회’에서 삼성증권 배당사고 등에 대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권욱기자김기식(왼쪽)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사 대표이사 간담회’에서 삼성증권 배당사고 등에 대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권욱기자



사상 초유의 ‘유령주식’ 거래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안일한 감독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해마다 정기검사에 부문별 상시검사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 시스템 허점 같은 전산 문제 하나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증권사의 주식발행 업무가 아무런 감시도 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점은 큰 충격을 안겨준다. 삼성증권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이번 사태로 471억원의 주식평가손이 발생했다. 유령주식이 국민들의 노후자산에도 손실을 입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증권사 전체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주식거래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보겠다고 나섰지만 이미 시스템 리스크를 부추긴 ‘감독 리스크’를 제대로 고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한 해 업무를 총망라해 작성한 ‘2016년 연차보고서’를 보면 금감원은 그해 698개 금융투자사에 대해 총 209번의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에 동원된 연인원만 3,547명에 달한다. 검사 과정에서 가장 많이 지적된 문제는 내부통제·경영관리(1,103건·37%)와 IT(673건·22.6%), 여신(269건·9%) 순이다. 내부통제와 정보기술(IT)은 전년인 2015년에도 각각 32.1%, 24.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단골 지적 사항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내부통제와 IT가 동시에 문제를 일으킨 경우에 해당한다. ‘수기 입력 실수’가 전산 시스템을 무력화한 뒤 주식 매도를 금지하는 회사의 지시에도 16명의 직원이 실수로 들어온 주식을 팔아버려 내부통제가 사실상 실패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매번 지적을 하고 조치를 취해도 개선되는 것은 없고 잘못은 도돌이표처럼 계속 반복되는 꼴이다.

1115A04 민원 분쟁


또 삼성증권이 배당업무와 관련해 예탁결제원도 거치지 않고 주먹구구식 내부 전산 시스템을 고집하고 당국 역시 이를 용인한 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게다가 증권을 포함해 전 금융권은 비용절감과 관리효율 등의 이유로 거래 시스템 등 IT 인프라를 외부에 용역을 맡기는(아웃소싱)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IT 인프라를 직접 운영하는 금융투자사의 비중은 2015년 52.4%에서 2016년 47.3%로 크게 줄었다. IT 인프라 전체를 아웃소싱한 비중도 같은 기간 27.3%에서 28.4%로 증가했다.


당국의 감독 실패는 금융투자업계가 받는 민원 건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선물업계의 민원·분쟁 유형 중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이 장애를 일으킨 전산 장애 건수는 2016년 216건에서 지난해 370건으로 71%가 넘게 늘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주식 주문을 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MTS 오류 민원 건수가 같은 기간 3.1%에서 14.3%로 크게 뛰었다. ‘거래의 기본’인 전산장애에 대한 대응에도, 모바일 시대로의 이행에도 모두 뒤처진 셈이다.

관련기사



1115A04 금감원 지적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은 늦었지만 수습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김기식 금감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번 사건은 직원 개인의 실수로 (한정)하기에는 내부 시스템상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며 “배당이 이뤄진 후 37분이 지나고서야 거래중지 조처를 하는 등 사고에 대한 비상대응 매뉴얼과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8억개가 넘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주식이 전산상으로 발행돼 거래된 희대의 사건”이라며 “이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른 문제도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를 깜짝 방문한 김 원장은 증권사의 주식배당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레드팀(비상대응팀)’을 운영해보라”고 조언했다.

금융위는 이날 오후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금융투자협회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주식 매매제도 개선반’ 1차 회의를 열고 주식 매매제도 개선반에서는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향후 금감원 검사 과정 등에서 확인되는 추가적인 개선 필요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조양준·박성규기자 mryesandno@sedaily.com

조양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