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역법관제 부활하나

'향판 비리' 역기능 우려에도

판사 대표들 '권역법관제' 의결

"감시장치부터 갖춰야" 신중론도

전국에서 모인 법관 대표들이 ‘권역법관제’라는 새 이름으로 지역법관제도를 부활시키는 안건을 의결했다. 판사가 한 지역에 장기 근무하는 지역법관제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을 분산할 수 있지만 이른바 ‘향판(鄕判) 비리’를 야기하는 역기능도 있다. 법관 대표 사이에서는 감시 장치를 갖춘 뒤 천천히 추진하자는 신중론도 나온다.

각급 법원 판사 119명으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 9일 1차 회의를 열어 ‘좋은 재판과 법관전보인사·권역법관제도’ 의안을 의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의안에는 법관 전보인사를 최소화하고 본인이 원하면 특정 지역에서 장기 근무하는 권역법관제를 조속히 시행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대법원은 대표회의의 의견을 참고해 최종 정책 결정을 내리게 된다.


판사 대표들이 지역법관제를 재추진하는 이유는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분산하면서 사법부의 관료화를 막기 위해서다. 그간 대법원은 승진에 유리하고 근무여건이 나은 수도권 법원 보직을 무기로 법관을 통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수도권의 한 고등법원 판사는 “2~3년마다 법관이 전보를 하게 되면 재판이 부실해진다는 문제도 권역법관제 추진의 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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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역법관제는 판사가 지역 유지와 결탁해 법조비리를 저지르고 판결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도 있다. 권역법관제가 향판 비리를 되살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향판 비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2014년 지역법관제를 폐지하고 판사의 특정 지역 근무기간을 최장 7년으로 제한했다. 이와 관련, 법관대표회의에 참석했던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상당수 판사 대표들은 향판 비리 재발에 대비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의 기능 강화와 같은 견제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법관 대표들은 일부 소수 판사가 대표회의를 좌지우지한다는 지적에 따라 회의 안건을 온라인으로 투표하는 포괄적 온라인 의결제는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법관대표회의 참석자는 “지난해 대표회의가 대법원에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 조사를 요구하는 과정에 일부 판사들이 지나치게 주도권을 행사했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온라인 투표를 허용하면 안건을 제시하는 몇몇 판사들의 전횡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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