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우후죽순 출시됐던 ‘어린이펀드’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설정액만 1조2,0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가는 등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체감할 만한 혜택이 없는데다 사실상 구성된 종목이나 운용 방식 등 일반펀드와의 차별점이 없어 무늬만 ‘어린이’ 펀드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에 반짝 유행할 뿐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어린이펀드 설정액은 지난 6개월간 659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5,743억원, 5년으로 보면 1조2,069억원이 빠졌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어린이펀드 상품은 24개. 이 중 올해 설정액이 순증가 한 상품은 5개지만 NH-아문디의 ‘NH-Amundi아이사랑적립증권투자신탁’을 제외하면 5억원 미만 소액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어린이펀드 설정액 3분의1 수준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큰 ‘미래에셋우리아이3억만들기’ 펀드는 지난 1년간 628억원 수준 순감소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지근한 시장 분위기의 배경으로 ‘차별화 전략 부재’를 꼽았다. 어린이 경제교육이나 해외 캠프 등 어린 투자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케팅 수단으로 내걸고 있지만 세제 혜택 등 근본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늘려줄 수 있는 정부 지원 없이는 차별화가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다. 어린이펀드 상품 대부분이 2000년대 초반 잇따라 등장한 후 새로 출시되지 않는 것도 금융투자 업계가 이 같은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린이펀드 절반 이상은 2005년 이전에 설정됐고 2012년 설정된 ‘IBK어린이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어린이펀드 상품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대학 입학금이나 사회에 나갈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본을 만들어주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라면서도 “프로모션 성격의 프로그램이 아닌 실제 수익률이나 와닿는 혜택에 도움을 주는 게 중요하지만 ‘어린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고 일반상품하고 다를 게 없으니 굳이 찾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증여·상속 관련된 세제 혜택 등 장기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정부 정책이 없으니 다양한 라인업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면서 “코스닥 벤처펀드같이 소득공제 세제 혜택 등 특별한 지원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어린이펀드 상품 시장이 살아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어린이펀드는 아이를 위해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으로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오랜 기간 성장이 가능한 시장·주식에 주로 투자되고 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미래에셋우리아이친디아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A’로 지난 5년간 75.01% 수익을 안겨줬다. 이어 ‘한국투자한국의힘아이사랑적립식증권투자신탁 1(49.14%)’ ‘신영주니어경제박사증권투자신탁(44.5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