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에서 음식료업을 하는 A 기업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마이너스로 자본잠식 상태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전자부품업체 B 기업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십억원대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재무상태 역시 부실해 자본잠식 상태다. 이러한 부실기업들도 청년 한 명을 고용할 경우 3년간 4,035만원씩의 재정 지원 효과를 볼 수 있는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할 수 있다. 현재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은 고용노동부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신청만 하면 간단히 이뤄지는데 정부가 기업의 재무상태 등을 전혀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들을 등록한 운영기관의 한 담당자는 “기업들의 재무상태는 가입 요건이 아니어서 전혀 따지지 않는다”며 “기업들이 홈페이지에서 간단히 신청하고 채용공고를 올려 청년들이 채용되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정부 사업인데도 가입 요건이 너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용부의 청년내일채움공제 시행지침에 따르면 고용보험법 피보험자 수 5인 이상인 중소·중견기업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가입이 제한된 기업은 단란주점 등 소비·향락업이거나 정부 지원금을 부정수급한 기업, 1개월 내에 인위적 감원을 한 기업뿐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재무정보를 정부에 제공하지 않아도, 자본잠식 상태더라도 아무런 제약 없이 가입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이 청년내일채움공제에 채용공고를 낸 기업 1,125개의 재무상태를 분석해보니 부채비율이 200%를 넘거나 마이너스 상태여서 자본잠식에 이른 기업이 295개(26.22%)에 달했다. 부채비율이 500%를 넘는 기업도 86개(7.64%)나 됐다. 자본금 대비 부채 비중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이 200% 이상이면 부실기업으로 간주된다. 아예 재무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곳도 315개(28%)에 달했다. 손익 측면에서도 3개년 중 2개년 이상 영업이익 적자를 본 곳은 71개였다. 이러한 부실기업들도 청년을 채용하기만 하면 별다른 제약없이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통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태의 기업들에 재정을 퍼부어봐야 질 좋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사실상 일자리 정책이라기보다는 복지 정책으로 봐야 한다”며 “당장 어려움에 처한 청년들을 도와줘야 하는 필요 때문에 재정을 늘리는 것은 좋은데 잘못된 방향으로 예산만 늘리면 돈은 많이 쓰는데 효과는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부실기업이 많으면 청년들도 피해를 본다. 부실기업에 취업했다가 그만두는 청년들의 경우 다른 우수 중소기업으로 재취업해도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하려면 6개월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 규모 확대 등을 위해 3조9,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밀어붙이고 있다. 기존 기업들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선심성 정책만 내놓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이상임 고용부 청년취업지원과장은 “고용지원 사업은 재무상태보다는 고용유지 여부를 많이 본다”며 “청년들이 스스로도 기업을 보고 판단할 수 있고 청년들을 지원하는 운영기관에서도 괜찮은 기업으로 취업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