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복합쇼핑몰과 유통강국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유통학회 부회장

복합몰 주변 단기 매출 줄지만

상권 활성화로 후광효과 더 커

규제보다 상생모델 개발 집중을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 부회장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글로벌 유통업체들은 소비·기술 트렌드의 급속한 변화에 맞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및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신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유통 서비스 출시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아마존 등 글로벌 유통사들은 이러한 기술을 접목해 개인화된 맞춤 서비스, 아마존고(Amazon Go) 같은 무인점포 등 신유통모델을 출시하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한편 다양성과 체험요소 등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복합쇼핑몰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 이미 지난 1990년대부터 발달해왔으며 최근에는 중국 및 태국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즉 빠르고 혁신적인 유통, 체험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유통의 두 가지 차별화된 사업 모델이 발전과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 트렌드 및 기술 급변 등 새로운 시장환경에 직면한 국내 유통업체들도 성장 모멘텀 확보를 위해 최근 온라인몰 및 체험형 복합쇼핑몰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통시장뿐 아니라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오프라인 업태의 성장률 둔화로 편의성과 체험요소 등 새로운 시대적 니즈에 맞는 신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격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온라인몰이 가장 적합한 유통모델이 될 것이고 체험과 즐거움·다양성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복합쇼핑몰이 향후 매력적인 유통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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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복합쇼핑몰의 영업과 출점을 제한하는 규제 법안이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심지어 백화점·전문점까지 동일한 규제를 확대해나간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러한 규제가 과연 중소상인들을 구제하고 중소유통업의 경쟁력 강화와 발전을 유도할 수 있겠는가. 물론 복합쇼핑몰 출점이 주변 중소상권에 단기적 혹은 부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출 및 고용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비자 후생 증대에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즉 복합쇼핑몰은 통상 광범위한 배후지 소비자를 유치함으로써 지역 내 소비지출을 확대하고 관광·숙박 등 관련 서비스업의 고용을 유발함으로써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고 남는 긍정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또 최근 소비자들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몰을 선호하는 현상이 강하며 오프라인 중에서는 전통시장보다 편의성이 높은 대형유통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향후 20년간 주력 소비층을 형성할 밀레니얼 세대는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빠르고 편리한 구매와 체험과 펀 요소를 중시할 것으로 보여 이러한 경향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복합쇼핑몰 규제가 중소상권의 매출액 증가로 연결되기 어려운 시대적·구조적 상황에서 대기업 규제보다는 중소상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상생모델 개발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 중소상권의 매출 감소는 소비 트렌드 변화 및 경쟁력 저하 등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므로 혁신과 성장 저하를 초래하는 대기업 규제보다 상생과 협력을 위한 중소상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모델 개발과 정책 지원이 보다 적절하다. 국가경제 측면에서도 규제 완화를 통해 소비 및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유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 내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해외 유통시장이 계속 진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유통시장의 발전이 저해될 경우 내국인의 해외 소비 증가 및 유커의 방한 감소 등으로 내수의 추가 위축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유통산업은 대중소 유통기업과 소상공인, 납품 제조업자, 최종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협력하며 만들어나가야 하는 유통생태계다. 실제 복합쇼핑몰 입점업체들은 대부분 중소기업 내지 중소상인들이다. 대립적·이분법적 접근보다는 유기적·협력적 접근을 통해 유통강국의 미래를 여는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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