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충복으로 한때 ‘문고리 3인방’이라 불렸던 이재만·안봉근 등 전 청와대 비서관들이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선 긋기에 나섰다. 특히 국가정보원 특활비 수수와 관련, “비서관들이 먼저 국정원 특활비 사용이 관행이라고 말했다”는 박 전 대통령의 주장을 앞다퉈 반박했다.
이 전 비서관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 심리로 12일 열린 자신과 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의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 속행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먼저 ‘봉투가 올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돈이 올 것이란 이야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고, 전화로 봉투가 올 테니 받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안 전 비서관으로부터 특활비를 요청 받고 국정원 직원에게 이를 청와대에 건네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청와대에서 특활비를 건네받은 사람은 안 전 비서관이 아닌 이 전 비서관으로 조사됐다.
안 전 비서관은 남 전 원장에게 지원을 요청한 경위에 대해 “대통령이 심부름을 보내면서 원장하고 얘기를 나눈 것이 있으니 확인해보라고 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돈’이라고 표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선변호사에게 건넨 자필 의견서에서 “취임 직후 안봉근·이재만·정호성 등 전 청와대 비서관들로부터 ‘국정원에 지원받을 수 있는 예산이 있고 관행적으로 받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전직 비서관들 진술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돈’이라고 직접 표현을 안 했을 뿐, 사실상 특활비 수수를 주도한 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