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부터 가족이나 기댈 곳 없이 혼자 사는 저소득 치매 노인은 현직에서 물러난 공무원·복지사 등 전문직 퇴직 노인의 후견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서울 충정로사무소에서 ‘제1차 국가치매관리위원회’를 개최하고 이런 내용의 ‘치매노인 공공후견제도 시행방안’을 논의했다.
치매노인 공공후견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치매국가책임제’의 일환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도다. 지난해 9월 치매관리법 개정으로 치매 환자도 성년후견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됐지만 스스로 후견인을 선임할 능력이 없는 저소득 독거 치매노인에게는 정부가 지원해 공공후견인을 붙여줄 필요가 있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법원이 법적 후견인을 정해주면 후견인은 의사결정이 어려운 치매 노인을 대신해 치료나 수술 등 의료행위에 대한 결정부터 경제적 관리까지 도와줄 수 있다.
이날 정부가 논의한 방안에 따르면 공공후견 대상자는 △중등도 이상의 치매가 있으면서 △그 권리를 대변해줄 가족이나 보호자 없이 혼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65세 이상 노인이다. 복지부는 올해 시범사업을 통해 전국 900명 가량의 저소득 치매 독거노인에 공공후견인을 지정할 계획이다. 이후 전국으로 확대 시행되면 이 기준에 부합하는 4,400명 가량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추산했다.
구체적인 시행방안으로 정부는 사회공헌활동 수요가 많은 전문직 퇴직자를 공공후견인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은퇴기를 맞은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의 대량 퇴직이 본격화됨에 따라 이들의 경력과 능력을 활용한 노인일자리의 하나로 공공후견인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퇴직 공무원이나 복지사와 같은 전문직 퇴직자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수요도 높다”며 “이들이 치매가 있는 독거노인에게 후견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치매·독거노인 지원과 노인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후견인 활동비는 정부 노인일자리사업 예산에서 지원한다. 기존 성년후견제에 따른 공공후견인은 매달 15만원 수준의 활동비를 받고 있지만 복지부는 치매 독거노인 공공후견인에 대해서는 지자체 예산 매칭을 통해 활동비를 더 높게 책정할 계획이다. 약 50만원에 달하는 후견심판 청구비용은 지자체별 치매안심센터 운영비용에서 충당한다.
정부는 대상자 발굴과 후견인 교육 등에 중앙치매센터와 치매안심센터, 독거노인지원센터, 노인일자리사업단 등 기존 노인복지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와 전국 256개 치매안심센터가 대상자 발굴을,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노인일자리사업단·한국후견협회가 공공후견인을 모집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맡는다.
복지부는 또 지자체의 부담을 덜기 위해 중앙치매센터에 법률지원·자문 서비스를 확충하기로 했다. 중앙치매센터는 전체 사업의 지원단으로서 지자체의 후견심판 청구를 대리하고 공공후견인에게도 법률자문을 해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정부는 이날 논의한 운영모델을 토대로 올해 하반기 30여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펼친다. 이후 미비점을 개선하고 구체화해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