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②] 김남주 “이제 감히 배우라고 해도 될까요?”

배우 김남주가 아내도, 엄마도 아닌 역할로 인생캐릭터를 새로 썼다.

김남주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극본 제인, 연출 모완일)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스티’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고혜란을 중심으로 미스터리와 멜로를 그려나간 드라마. 김남주는 이번 작품에서 철저하기 아내 및 엄마의 본분을 배제한 역할을 연기했다. 전문직 여성으로서 모든 행동의 동기는 오로지 자신의 성공과 욕망이었다. 배우 김남주가 6년 만에 선택한 역할다웠다.

“저에게 오는 시나리오가 거의 전작과 같은 캐릭터라 하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넝쿨째 굴러온 당신’ 때문에 공격적인 질문을 받았다. 연달아 세 작품이 똑같은 캐릭터이지 않냐고. 한 번만 더 했다가는 욕도 욕인데 더 이상 보여드릴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았다. 재미도 없었다.”

그렇게 만난 역할이 ‘미스티’의 고혜란이다. 다만 6년 동안 연기를 쉬고 육아에 전념했던 만큼 연기에 몰입하는 것은 배로 힘들었다. ‘사장도 무서워하지 않는 대한민국 최고, 신뢰도 평가 1위 뉴스 앵커’를 연기하는 것이 누구에겐들 쉬울까. 김남주는 고혜란을 자신과 정반대의 캐릭터라고 표현하면서 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몇 개월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내조의 여왕’ 때는 실제 저와 비슷해서 대본을 외우고 생활연기를 하면 됐다. 명랑하고 푼수 같은 제 모습을 보여드렸다. ‘미스티’는 촬영장에서 말도 많이 안 하고 음악 들으면서 기를 모았다. 현장에서도 고혜란스럽게 있으려 했다.”

김남주의 노력은 확실히 통했다. ‘미스티’ 고혜란을 본 모든 이들이 김남주가 인생캐릭터를 만났다고 확신했다. 주위의 평가가 이런데 본인은 어떨까. 김남주 역시 고혜란을 ‘인생 최고의 캐릭터’라고 표현했다. 새로 맞춘 팔찌에도 김남주가 아닌 고혜란이라고 새겼고, 사인 역시 김남주=고혜란이라고 적는다.

“다시 만날 지도 모르는 너무 멋진 캐릭터다. 제 인생 2막이 열린 건 결혼하고 나서 ‘내조의 여왕’ 천지애 캐릭터를 만났을 때였다. 사회현상까지 일으키고 대단한 사랑을 받았다. 아줌마가 되고 코믹드라마에서 인정받은 것과 이거는 또 다른 문제다. 정극에서 멋진 캐릭터로 재평가 받은 거다. 훨씬 더 아줌마가 된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엄마도 아줌마도 아닌 캐릭터로 직장인 여성들에게 인정받았다.”





아줌마 캐릭터로 상을 받고 9년 후, 거꾸로 아줌마가 아닌 또 다른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이 김남주가 자신과 같은 여성배우들에게 시사하는 바다. 이 나이에 이런 작품과 역할을 만나서 완성하고 대중에게 각인시키기까지. 김남주는 이것을 ‘행운’이라고 말했다. 다만 너무나도 호평을 받았으니 앞으로 더 올라갈 데가 있을까 걱정은 됐다고.

“촬영하면서 동료 후배들에게도 우스갯소리로 그랬다. 나는 이제 뭐해야 되냐고. 이렇게 좋은 시나리오에 좋은 캐릭터를 만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다음에는 어떤 캐릭터를 해야 할지 부담스럽고 걱정이다.”

폭발적인 호평을 받은 만큼 부담감이 따르는 것은 당연지사. 그럼에도 ‘미스티’가 김남주의 연기 인생에 남긴 것은 너무나도 크다. 원래 연기자가 꿈도 아니었고, 연기에 혼이 있는 배우도 아니었다고 본인을 설명한 김남주에게 ‘미스티’는 연기에 대한 욕심을 가지게 해준 작품이 됐다.

“이렇게 좋은 작품에서 좋은 모습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건 마지막 작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열정을 다 쏟았다. ‘이제 감히 배우라고 해도 되나’하는 자신감이 들었다. 처음부터 연기를 잘한 건 아니지만 24년 동안 연기 실력이 쌓인 건가 생각했다. ‘미스티’를 통해 연기 욕심이 생긴 거다. 앞으로 좋은 작품이 있다면 조금 더 용기 내고 욕심 내 볼 생각이다.”

‘미스티’를 무사히 끝낸 김남주가 또 다시 걸어갈 연기 인생. 그 길을 지켜볼 대중은 이미 김남주에게 너무나도 호의적이다. 원래 안티팬이 있어 댓글 확인을 잘 안 하는 김남주조차 기사 댓글을 확인하게 만들었다. 김남주는 “아직은 저 밑에 욕이 있지 않을까 걱정돼서 댓글창을 끝까지 내리지는 못한다”고 말했지만 그에 대한 댓글 90% 이상은 훈훈해졌으니 말이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뭘 잘했는지 모르겠다. 아직 보낼 준비도 안 되어있고 아직 보내서도 안 된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기 전에는 보내줄 마음도 없다. 고혜란 같은 모습을 유지하면서 좋은 캐릭터를 만나면 그 캐릭터로 바꾸려 한다. 고혜란의 좋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겠다.”

-SE★인터뷰③에서 계속.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