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GM "유동성 고갈 부도 불가피"엄포…産銀과 지원금 놓고 수싸움

한국GM '운명의 일주일'…법정관리냐 회생이냐

20일 실사 중간보고서·노사합의 자구안 데드라인

GM "지원금 더 달라"는데 産銀은 1조 더 줄여

'부평 공장 담보' 지원 방식도 이견…치열한 협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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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한국GM의 운명이 이번 주 중대 분수령을 맞는다. 먼저 오는 20일 한국GM의 부실 원인을 점검한 경영 실사 중간보고서가 공개된다. GM과 산업은행은 실사에 필요한 자료 공개 여부 등을 두고 막판까지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베일에 싸인 ‘이전 가격’의 비밀이 풀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GM이 노조에 자구안 합의를 요구한 ‘데드라인’이기도 하다.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20일까지 자구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유동성이 고갈돼 부도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었다. 실제로 이미 GM은 법무실 등을 중심으로 법정관리 신청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앵글 사장의 부도 언급이 단순한 엄포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여기에 한가지 변수가 더 있다. 산은이 GM에 건네야 할 지원금의 규모다. 현재 양측은 지원금의 규모와 지원 방식 및 철수 비토(거부)권 보유 기간 등을 두고 치열한 물밑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경영실사에서 들여다보는 이전가격은 비교 대상도 없고 자료 확보도 어려워 사실상 객관적 입증이 불가능하고 노조 문제는 정부가 산은이 전면에 나설 수 없는 문제”라며 “결국 정부가 지엠에 안겨 줄 보따리의 크기가 철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머니 게임’에 따라 한국GM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뜻이다.

15일 산은 등에 따르면 올해 초 GM이 우리 정부에 요구한 지원 금액은 약 1조7,000억원이다. 우선 ▲GM이 한국GM에 빌려준 돈 27억달러(약 2조9,000억원)를 탕감하는 대신 산은이 지분(17.02%)에 해당하는 약 6,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GM의 신규 투자(10년 간 28억달러)를 전제로 약 5,000억원을 산은이 대출해주는 한편 ▲부평 공장 등을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해 현금 및 세제 혜택 5,000억원(10년 기준) 가량을 받아야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금액이다.


현재 산은은 유상증자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GM의 차입금은 ‘올드머니’이고 이 돈에 대해서는 지원하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경우 GM의 나머지 조건들이 그대로 받아지더라도 전체 지원금은 약 1조원 정도로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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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GM이 이 정도 지원에 만족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호주 정부가 연간 생산량 10만 대 선인 GM호주법인(홀덴)을 10년 동안 붙들어 두기 위해 쏟아부은 돈이 약 1조7,000억원에 이른다. 한국GM의 생산량은 홀덴의 5배인 연간 50만대가 넘는데 지원금은 절반 수준으로 줄이면 GM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원 방식도 관건이다. 당초 GM은 신규 투자금에 대해 산은이 대출을 내달라고 요청했었다. 이 경우 산은은 부평 공장을 담보로 잡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GM 입장에서는 지원 총 금액은 줄어드는 마당에 향후 ‘족쇄’만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이 때문에 양측은 지원 방식을 두고도 밀고 당기는 치열한 협상을 거듭하고 있다.

또 산은은 GM이 출자전환 이후 차등감자까지 실시해 양 측의 지분을 현재와 비슷하게 유지하자고 요구하고 있는데, GM이 이런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결국 출자전환을 포기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흘러 나오고 있다.

마지막 변수는 산은의 비토권 보유 기간이다. GM은 앞으로 한국에 10년 더 머무르는 조건으로 각종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이 카드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혈세를 들여 ‘미봉책’만 썼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앞서 GM은 호주에서 10년 동안 각종 지원금만 챙긴 뒤 지원금이 끊기자 “노동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았다”며 전격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단 시급한 과제는 오는 20일까지 노사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이고 이후 실사 중간보고서를 바탕으로 산은과 GM의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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