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18일 창립 47주년 맞는 에넥스]박진규 "저수익 수주 대신 내실 다질 것"

2010년 박진규 부회장 취임 후

주방 넘어 종합가구기업 변신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흑자 유지

내수 침체 등 경영환경 녹록찮아

취약상권 보완·교육 강화로 돌파




‘오리표 싱크대’로 부엌 문화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던 에넥스(구 서일공업)가 18일로 창립 47주년을 맞는다. 에넥스는 2010년 이후 건설경기 악화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위기를 겪었지만, 박진규 부회장이 발빠르게 B2C를 강화하고 품목을 다변화하는 정면 돌파 승부수를 띄워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상태다.

박진규 부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2010년 대표이사에 오른 뒤 지난 8년간 위기 극복 이후 외형성장에 집중하느라 수익성 확대와 같은 내실을 다지는 것이 부족했다”면서 “올해는 성장 속도를 좀 늦추더라도 차분하게 내부의 전열을 가다듬는데 집중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익성이 떨어지는 수주는 과감히 포기하고, 직원에 대한 교육 강화, 취약상권에 대한 보완책 마련, 경쟁력 높은 아이템 출시 등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면서 “중장기 성장 전략인 ‘비전 2020’도 큰 틀은 유지하되 개별 목표는 현실에 맞게 수정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의 부친인 박유재 창업 회장은 1971년 국내 최초 입식 주방인 ‘오리표’ 싱크대를 내놓으며 부엌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혁신 기업가다. 요즘으로 치면 성공한 벤처기업가인 셈이다.


1970년대 이전만 해도 부엌은 정리되지 않은 반찬그릇과 냄비, 솥 등 온갖 잡동사니가 뒤섞여 있는 공간이었다.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거나 설거지를 하려면 어머님들은 잔뜩 쭈그린 자세라야 가능했다. 하지만 개수대를 스테인레스로 제작한 오리표 싱크대가 등장하면서 어머님들은 다리를 쭉 펴고 부엌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오리표 브랜드는 수많은 주부들의 로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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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하던 에넥스는 2010년 들어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와 주택시장 침체로 3년 연속 적자의 늪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가 장남인 박 부회장이다. 그는 취임 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아파트 특판(B2B)이 부동산 경기에 민감하다고 판단, 특판 비중을 낮추고 대리점, 직영점,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유통채널을 다변화했다.

특히 주방가구 전문기업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리빙가구·사무가구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에넥스는 현재 주방가구 브랜드 ‘에넥스’를 비롯해 사무가구 ‘오펠라’, 침대 ‘에스코지’, 소파 ‘디바닉’, 학생용 가구 ‘위젬버’, 온라인 전용 ‘에니’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리모델링 시장에 주목, 가구와 인테리어 아이템을 한번에 만나볼 수 있는 ‘홈인테리어 패키지’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에넥스는 회사의 외형도 크게 불어났다. 2013년 2,336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 4,345억원으로 4년 만에 86% 성장했다. 최근 3년 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8%대다. 국내 가구시장이 신세계(까사미아)·현대백화점(현대리바트) 등 유통 채널을 확보한 백화점 계열사와 브랜드를 앞세운 한샘 등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도 에넥스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술력으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는 것.

하지만 최근 침체된 내수경기와 급변하는 노동 환경은 에넥스가 뛰어넘어야 할 과제다. 박 부회장은 올해 경영환경이 과거 어느 때보다 녹록치 않다고 판단,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해로 삼기로 했다. 2020년 매출 1조원 돌파를 목표로 했던 ‘비전2020’도 숫자 달성에 연연하지 않고 회사의 내부 체력을 키우는 쪽으로 선회하기로 한 것이다. 박 부회장은 “충북 황간에 주방가구 등 생산공장이 있는데 근로시간 단축으로 고민이 많다”면서 “자체 생산에서 외주 물량을 늘리거나 자동화 설비 도입 등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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