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위기 확산 등 국제사회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 엔화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해온 스위스프랑 가격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스위스프랑과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며 움직임을 같이 해온 엔화나 금 가격이 상승 흐름을 타는 데 비해 최근의 프랑화 가치 하락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9~13일) 유로화 대비 프랑 가치는 0.75% 하락해 지난 2015년 1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상태다. 프랑화뿐 아니라 2년 만기 스위스 정부의 부채 수익률도 12일 한 달 만에 최고치를 찍는 등 스위스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과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 등으로 국제사회의 긴장이 어느 때보다 커지는 상황에서 안전자산인 스위스프랑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최근 발표된 미국의 러시아 제재가 스위스 경제에 후폭풍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 갑부들이 투자한 일부 스위스 기업들이 미국 제재로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스위스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제재 대상인 러시아 기업과 광범위한 비즈니스 관계에 있던 슐츠는 11일 주가가 8%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크레디아그리콜의 통화 전략가 마누엘 올리베리는 “미국의 경제 제재로 러시아인들이 유동성 확보에 나서며 스위스에서 러시아로 자산을 대거 송환했다”며 “앞으로 스위스프랑화를 둘러싼 위험심리에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스위스처럼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는 패권국들의 무역전쟁에 휘말리게 되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즈호은행의 헤지펀드 판매 책임자인 닐 존스는 “스위스프랑을 사용해 위험을 헤지해온 일부 시장 참가자들이 입장을 철회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