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에 의한 암을 치료하는 데 주사가 아닌 먹는 바이오 치료약이 시급히 개발돼야 합니다. 약물을 체내 면역세포가 대량 포진해 있는 소장에서 면역세포와 작용하게 하는 기술이 신약 개발을 앞당길 것입니다.”
면역치료제 업체인 바이오리더스의 창업자 성문희(61·사진) 연구개발(R&D) 대표는 바이러스 질병에 대한 경구용(먹는) 치료제의 필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서울 서강대에서 한국연구재단의 주최로 열린 ‘바이오기술 투자인력양성’ 세미나 강연 후 만난 성 대표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일으키는 자궁경부암은 추정 여성보균자만 전 세계 3억명에 이른다”며 “아프리카같이 의료 취약지역의 시장성을 감안한다면 경구용 약 개발을 위해 우리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리더스는 자궁경부암 발병 전 단계인 자궁경부상피이형증 및 자궁경부전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자궁경부전암 치료제는 총 4단계의 임상시험 중 2단계(임상 2a상)를 마치고 올해 3단계(임상 2b상)를 완료할 계획이다. 자궁경부암은 암중에서 유일하게 백신이 있지만 일단 암이 발생하면 항화학요법과 외과적 수술 외에는 치료 방법을 찾기 어렵다. 성 대표는 강연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현만 하지 않을 뿐 유전자 안에 머문다”며 “몸 안의 HPV 13여종이 자궁경부암 등 암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궁경부암 바이오 치료제 개발에는 바이오리더스가 보유한 ‘뮤코맥스’ 기술이 적용됐다. 질병의 특정 단백질을 유산균 세포 표면에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붙이는 기술이다. 면역조절 물질 ‘감마(γ)-PGA’의 특징을 이용해 체내 면역을 조종할 수 있게 해주는 ‘휴마맥스’ 기술도 쓰였다.
성 대표는 “이 기술들로 장내 면역계를 통해 T세포 같은 면역세포를 움직이도록 해 HPV 감염 세포를 죽이는 것”이라며 “쉽게 말해 장을 깨워 바이러스로 변형된 세포들을 선택해 제거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보통 바이오 치료제는 입안으로 들어가면 분해되는 특성 때문에 지금까지 번거롭게 주사로 체내에 주입했다. 하지만 바이오리더스의 치료제는 유산균 전달체를 이용한 경구 투여 방식이다. 성 대표는 “경구용 치료제로는 세계에 유일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성 대표는 지난 1999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바이오리더스를 세웠다. 2007년에는 의약품 제조 기술로 바이오벤처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 10대 신기술’로 선정되는 성과도 올렸다. 원천기술 축적 후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해 선택한 것이 코스닥 입성.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3수 끝에 2016년 상장했다. 그는 “상장 후 주가 급락을 목격하고 현실의 냉엄함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단기간에 성공하려고 서두르기보다 단계적 레벨업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교훈도 얻었다”고 말했다.
바이오리더스는 지난해 초 진단기기 업체 TCM생명과학에 인수됐으며 박영철 TCM생명과학 대표가 총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민대 바이오발효융합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성 대표는 난치성 질환인 근디스트로피 치료제와 면역항암제, 고지혈증 치료제 등 바이오 신약의 연구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는 “바이오를 연구하려면 집요함과 기술축적 내공이 있어야 한다”며 “미래에 기업 시가총액이 1조원에 달하는 회사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신약 제조단가가 계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바이오 기업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면서 “인간의 수명이 늘어날수록 암에 걸릴 확률은 100%에 수렴한다는 점에서 국민건강·행복증진 차원에서도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