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중동발 원자재값 상승 만만히 볼 일 아니다

국제원자재 가격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주 말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72달러를 넘어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가 하면 알루미늄도 톤당 2,300달러에 달해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올랐다. 2년 전 톤당 5,000달러도 안 됐던 구리 값 역시 7,000달러 안팎까지 뛰었다. 반군 지역에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시리아를 미국과 서방 연합군이 공습한 것이 가격 상승에 불을 지폈다. 일각에서는 원자재 가격이 장기 상승을 의미하는 ‘슈퍼 스파이크(super-spike)’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가까이 누려온 저물가 시대가 저무는 듯하다.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니다. 국제원자재시장을 둘러싼 작금의 환경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서방과 러시아, 중동 국가들 간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시리아 사태가 이번 공습으로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커졌고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정이 파기될 경우 미국의 제재로 이란산 원유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산유국들이 감산을 진행 중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공급 부문에서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서 원자재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05년 이후 자원민족주의라는 이름으로 원자재 가격이 슈퍼사이클을 타면서 전 세계에 충격을 줬던 악몽이 새삼 떠오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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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인플레이션이 가시화한다면 이제 겨우 회복 조짐을 보이는 우리 경제로서는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새로운 부담까지 짊어져야 할 처지다. 소득이 늘기는커녕 줄어들고 있는 가계 역시 물가 상승으로 지갑이 더욱 얇아지는 고통에 시달릴 수 있다. 유가가 80달러에 이르면 국내총생산(GDP)이 0.96%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단순한 엄살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정부는 중동발 인플레이션이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에 대비해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방파제를 쌓는 데 한 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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