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힙합 음악과 댓글

부수현 경상대 심리학과 교수




힙합 음악 가사에는 욕설과 조롱·혐오 표현이 많다. 가사가 솔직하고 직설적일수록, 래퍼들 자신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옮겨져 있을수록 그 사연에 더 많이 공감하고 열광한다. 하지만 때때로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공격적이기에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최근 정치적 이슈가 되는 댓글도 이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사회적 갈등과 관련된 직설적인 댓글은 종종 많은 공감과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하며 힙합 음악의 가사가 그렇듯 건전성과 악의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는 한다.


그렇다면 댓글의 건전성과 악의성은 누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자면 댓글을 읽는 시민들이 판단할 일이다. 지나친 욕설과 비방,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나 차별 표현은 시민들을 설득할 수 없고 여론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없다. 댓글의 악의성과 건전성은 단순히 표현방식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적 맥락과 안에 담긴 내용에 따라서 구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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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조직적인 댓글공작과 악성댓글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은 특정한 목적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여론이 조작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흑색선전이나 여론 선동을 우려하지만 기우(杞憂) 일수도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시민들은 전달되는 정보를 그대로 수용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태도, 지식과 경험에 근거해 전달되는 정보를 주관적으로 해석하며 그에 따른 능동적인 반응과 행동을 하는 존재다.

일부에서 댓글공작이나 가짜뉴스가 여론을 조작할 위험이 있기에 댓글실명제와 같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민심, 즉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목소리와 감정들을 틀어막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은 때때로 무질서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때때로 인위적인 조작이나 통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일 수 있지만 그러한 인위가 살아있는 자연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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