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17일 국회 본청 앞에 설치된 천막농성장에서 ‘댓글 공작 진상조사’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청와대는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모(필명 드루킹)씨 사태와 관련해 17일에도 두 차례 릴레이 해명을 이어가며 사태 확산 방지에 나섰다. 하지만 잠시만 만나도 사상이 이상한 사람을 왜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계속 만났고 그가 추천한 인사를 오사카 총영사에 추천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무엇보다 일본이 침몰할 것이라는 등 사상이 이상한 드루킹을 김 의원이 다섯 차례 이상 만나고 그가 추천한 인사를 청와대에 추천한 점이 의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17일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한 시간 동안) 피추천인(변호사 A씨)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볼 때 드루킹이 이야기한 내용과 비슷한 뉘앙스로 상식적으로 안 맞는 이야기를 했다”며 드루킹·A변호사가 비상식적인 사람인 점을 인정했다. 야권에서는 ‘사이비 교주’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을 김 의원이 지속적으로 만난 것은 댓글 조작에 김 의원도 연결됐다는 방증이라며 공세를 높이고 있다. 정권에 대해 ‘반협박’을 하는 드루킹을 수사 의뢰하지 않고 오히려 A변호사를 만난 것도 의문점이다.
청와대는 계속 말을 바꾸며 의혹을 키우고 있다. 16일 백 비서관과 A변호사가 만난 것은 “(오사카 총영사직에) 적합한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검증 성격이었다고 했지만 17일에는 “인사검증 차원에서 만난 것이 아니라 김 의원이 반협박을 받고 있다고 일종의 신고를 해서 만난 것”이라며 “백 비서관과 A변호사가 만난 시점은 3월로 오사카 총영사가 이미 내정(2월)된 이후였다”고 말했다. 물론 민정과 공보 라인의 내용 전달에 시차가 있을 수 있지만 청와대 내 현안점검회의 등을 통해 이를 논의한 마당에 통일된 답변을 하지 못해 신빙성을 스스로 깎아 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 비서관이 A변호사를 만난 이유에 대해서도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백 비서관이 갖고 있는 전화번호가 이력서가 들어온 피추천인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7일 고위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김 의원에게 물어보면 되는 일이었다”고 다른 말을 했다. 그는 “원래 외곽을 취재한 다음 당사자(드루킹)를 만나는 게 민정수석실의 업무 방식”이라고 A변호사부터 만난 이유를 설명했다.
청와대와 A변호사의 말이 다른 점도 논란이다. A변호사는 17일 입장문에서 “3월 말에 백 비서관을 만났다”고 했지만 청와대는 3월 중순이라고 했다가 뒤늦게 3월 말이라고 정정했다. 청와대는 “일종의 신고에 의해 만난 것”이라 했지만 A변호사는 “인사 추천이 있어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력서에서 연락처를 보고 A변호사에게 연락했다고 한 반면 A변호사는 “인사검증에 동의하거나 자료를 제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야당은 총공세에 나섰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김 의원이 1·2차 회견에서 말을 바꿨다”며 “국민을 상대로 말장난까지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당은 무기한 철야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도 “문재인 대통령 연루까지도 의심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조속하게 특별검사를 도입해야 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