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희옥칼럼] 한반도의 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서경 펠로

美·北, 비핵화 방식 입장 팽팽해

남북관계 변화에도 전망 불투명

핫라인·정상회담 상설화에 집중

스스로 해결 의지·능력 보여야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서경 펠로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한반도에 봄이 오고 있다. 끊어진 대화를 복원하고 남북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요인의 하나는 북한의 전략적 변화에 있다. 북한은 그동안 얼마나 국제제재를 버틸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중국을 움직일 의지와 능력이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어떤 한반도의 그림을 그릴까, 핵과 체제안전을 교환하는 비용은 얼마나 들 것인가를 치밀하게 계산했을 것이다. 판단이 서자 북한은 서둘러 핵 무력 건설 완성을 선언하고 등 떠밀리기보다는 자신의 로드맵을 만들어 대화의 장에 나왔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북한에 좋은 명분과 환경을 만들어줬다.

그러나 첫 시험대인 남북 정상회담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북핵의 역사를 복기해보면 북한이 선뜻 핵을 내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이 불시에 시리아를 공습한 것도 북한의 행보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그러나 북한도 핵이 체제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지 몰라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은 알 것이다. 따라서 이른바 병진노선의 다른 축인 경제건설로 옮겨가는 것이 자연스럽고 상황에 따라서는 과감한 시장개방도 불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다. 북한에 두 개의 집권당인 ‘노동당’과 ‘장마당’이 움직이는 현실을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일단 대화 궤도에 올라타면 경로를 이탈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제재 수위는 한껏 높아질 것이고 중국도 미국을 고려해 북한의 뒷마당을 쉽게 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도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소극적으로는 전제조건을 일부 풀면서 상대의 의표를 찌르면서 국면을 주도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스스로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밝히면서 핵 보유를 헌법에 명시한 날 선 주장을 일부 유보했다. 또한 민감한 현안인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주한미군 주둔 문제에 대해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김 위원장이 통상적이고 연례적인 한미의 군사훈련에 대해 현실을 ‘이해’한다고 밝히고 실행에 옮겼다. 만약 김 위원장이 국제정세를 있는 그대로 보고받고 있다면 향후 주한미군의 성격 문제에 대해서도 전략적인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즉 주한미군이 북한이 미중 간 등거리외교를 수행하는 전략적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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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남북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걸으면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미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일괄타결 방식 대신에 단계적이고 동시적 해법이 흘러나왔고 중국도 남·북·미 정상회담 이후 6자회담으로 이끌 태세이며, 미국도 강자의 힘에 기초한 협상 과정에서 판을 흔들고 군사옵션을 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남북대화와 남북교류를 중시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원칙은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제재와 협상, 원칙과 유연성의 일견 모순적인 문제설정이 모두 남북협상의 역사가 남긴 유산들이다. 이런 점을 참고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일괄타결과 단계적인 접근을 동전의 양면으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항구적 비핵화라는 목표를 분명히 정하고 단계를 압축하면서 실현하는 방법과 지속적 협상 과정을 통해 비핵화에 이르는 방법은 상통하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관계 과정에서 나타난 역사적 교훈을 깊이 새기면서도 여기에 역사적 안목과 상상력을 입혀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북 정상회담은 한미 정상회담의 가교이지만 그 자체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이 없는 한 국제사회는 결코 한국의 방안을 주목하지 않을 것이고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 번의 회담으로 남북관계의 물줄기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핫라인을 가동하고 정상회담을 상시적으로 만드는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대화와 협상이 지속하는 동안 북한은 도발을 억제해왔다는 점에서 지루할 만큼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고 이를 습관화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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