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자리에서 50대 공중파 본사 제작 PD가 20대 서브작가의 가슴을 움켜쥐었습니다. 아무도 말리지 않았습니다.” “메인PD가 ‘월 1,000만원’ 작가를 만들어주겠다면서 성관계를 요구했습니다.”
방송노동자 대다수가 성폭력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 ‘방송계갑질119’가 18일 발표한 ‘2018 방송 제작현장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가·PD 등 스태프 응답자 223명 중 89.7%가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0.4%는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했다. 응답자는 여성이 93.7%, 남성은 6.3%였다.
이들은 불안정한 고용형태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피해자는 20~30대 여성이 많았고 대다수가 프리랜서(86.9%)인 데 반해 가해자는 방송사 소속 임직원(47.0%)인 경우가 많았다.
응답자의 66.4%는 방송계 성폭력의 원인으로 ‘고용상의 불안’을 지목했다. 스태프 다수가 프리랜서 등 특수고용직, 외주업체 파견직 같은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프리랜서라는 명칭이 허울만 좋고 결국 갑을관계를 포장하는 이름일 뿐”이라며 “말 한마디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열악한 현실이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규직이 아닌 노동자에게 성폭력 신고 창구가 없다는 점도 드러났다. 응답자의 73.5%가 “아무런 성폭력 신고 전담창구가 없다”고 답했고 15.2%는 “회사 내 창구에 신고할 자격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미투(MeToo)’ 운동 이후 성폭력 피해에 대한 고백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여성인권진흥원은 미투 이후로 성폭력 상담이 전년 대비 51% 늘었다고 발표했다.
변혜정 원장은 “미투 운동과 이어진 지지 표명인 ‘위드유(WithYou)’를 통해 성폭력 피해자들이 용기를 얻고 적극적으로 신고와 상담에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