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기대감에도 주춤하고 있는 주가 부양을 위해 주요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나서고 있다. CEO들의 자사주 취득이 책임경영 강화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해주고 있지만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 은행주는 상승 동력을 잃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가산금리 규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금융권의 개혁 강도가 더욱 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겹쳐지며 향후 주가 전망은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주요 금융사 CEO는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자사주 매수 ‘행렬’에 나섰다. 스타트를 끊은 것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으로 2월13일 KB금융 주식 1,000주를 사들인 데 이어 3월30일, 4월11일에도 각각 1,000주씩 매수했다. 현재 총보유 주식은 1만7,000주다. 뒤이어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3월과 4월 사이 한 번에 5,000주씩 총 1만5,000주의 자사주를 사모았다. 손 행장은 우리사주를 포함하면 총 3만8,127주를 보유 중이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3월28일 2,171주를 매수해 총 1만2,000주를 보유하고 있고 지주 회장 중 가장 많은 자사주를 가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6일 1,500주를 더 보태 하나금융지주 주식 5만2,600주를 갖고 있다.
경영진도 힘을 보탰다. 위성호 신한은행장(840주)과 허인 국민은행장(1,000주)을 비롯해 각 금융사의 부사장과 사외이사들이 3월과 4월 사이 적게는 500주에서 많게는 5,000주까지 자사주를 사들였다. 우리은행은 임원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원하면 자사주를 보유할 수 있도록 연봉의 2배까지 ‘우리사주 대출’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자사주 매입은 ‘금리는 오르고 실적도 좋은데 주가는 떨어지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궁여지책에 해당한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점쳐지며 은행주는 순이자마진(NIM) 상승 효과로 거의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해왔다. 그러나 주가는 외려 떨어지거나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했다. 실제 지난달 22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연 1.25~1.50%에서 연 1.50~1.75%로 올렸지만 이때부터 이날까지 금융업 지수는 3.73% 하락했다. 같은 기간 0.64% 내린 종합주가지수보다 낙폭이 컸다.
은행주의 약세가 근본적으로 채용비리 등을 둘러싼 금융당국과 금융권 간 ‘관치’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금융사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을 등 떠민 요인이다. 펀더멘털이 아닌 규제 이슈가 주가에 더 악영향을 끼쳤다는 고려다.
불확실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채용비리 이슈, 감독당국의 규제 리스크 강화 예상 등으로 은행주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지만 단기 하락 폭이 컸던 만큼 올해 1·4분기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반등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후임 금감원장이 누가 되느냐도 반등이냐 상승 제한이냐를 가를 변수”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