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 ‘분청사기 편호’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313만 달러(약 33억2,500만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됐다. 경매를 통해 거래된 조선 분청사기 중에서는 최고가 기록이다.
일본의 유명 컬렉터인 고토 신슈도가 소장해 온 이 ‘분청사기 편호’는 지난 1996년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조선 전기 국보전’에 선보인 후 20여 년 만에 공개돼 새 주인을 찾았다. 추정가는 15만~25만 달러에 책정됐는데 치열한 경합이 이뤄져 낮은 추정가의 약 20배 넘는 금액에 아시아인 소장가에게 낙찰됐다.
분청사기는 고려 말 청자에서 조선 백자로 변하는 과정에 등장한 도자기로 15~16세기 약 200년간 집중적으로 제작됐다. 편호(偏壺)는 항아리의 양쪽을 편평하게 만들어 약간 납작한 병을 가리킨다. 이번에 낙찰된 분청사기편호는 도교의 영향을 받은 헤엄치는 물고기와 반복적인 선의 기하학 무늬가 어우러진 세련된 작품으로 평가됐다. 이학준 크리스티 코리아 대표는 “고미술 소장가라면 누구나 소장하고 싶어할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라며 “임진왜란 이전에 만들어졌음에도 문양 등에서 현대적 미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거래된 한국미술품 최고가 기록은 지난 1996년 크리스티에서 낙찰된 ‘철화백자 운룡문호’로 841만7,500달러에 팔렸다. 백자 위에 철을 산화시켜 검붉은 색으로 용과 구름을 그린 항아리였다. 흰 도자기 위에 푸른색 문양을 그려넣은 청화백자도 인기가 높다.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본햄스 경매에서 조선 청화백자가 418만4,000달러에 낙찰됐고, 2012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발톱 다섯 개 달린 용을 그린 숙종 때 왕실용 청화백자가 321만 8,500달러에 거래됐다.
‘일본과 한국 고미술’로 제목 붙은 이번 경매에도 왕권의 위엄을 상징하는 발톱 5개짜리 용그림이 있는 ‘청화백자 오조 용문항아리’가 출품돼 22만5,000달러에 팔렸다. 18세기 작품인데 크기가 작고 정교해 가격은 높지 않은 편이었다.
이날 경매에 한국 작품은 32점이 출품돼 75% 낙찰률에 약 499만 달러의 낙찰 총액을 거둬들였다. 박수근의 미공개 작품으로 화제가 된 1962년작 ‘노상의 사람들’은 약 61만 달러(약 6억 원)에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