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자의 눈] 시멘트업계의 '쓰레기 트라우마'

기자의 눈 박해욱기자의 눈 박해욱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시멘트업계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환경단체들이 시멘트 제조과정에 쓰이는 가열 연료인 폐타이어, 제철소 부산물 등을 두고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했던 것. 당시 붙은 별칭이 ‘쓰레기 시멘트’였다.

생활에서 나오는 각종 폐기물을 가열 연료로 시멘트를 만들겠다는, ‘친환경적 접근법’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여론을 설득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다수의 연구 보고서를 통해 시멘트 제조과정에 발생하는 고열로 인해 유해 물질이 제거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하지만, 소비자 뇌리 속에는 ‘쓰레기’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가 남아 있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폐비닐 대란을 계기로 시멘트 제조에 활용하는 방안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시멘트는 석회석을 가공해 반제품인 클링커를 만들고 이를 고운 분말 형태로 갈아내 제조된다. 클링커는 섭씨 1,500도 이상의 고온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때 폐타이어, 폐합성수지 등을 보조연료로 사용한다. 폐비닐 역시 대체 연료로 쓰일 수 있다.


폐비닐 활용은 시멘트 업계에도 여러 이점이 있다. 탄소배출권 문제를 안고 있는 시멘트 업계로선 폐비닐 사용분만큼 화석연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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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 거래제도 1차 계획기간이 끝나면서 오는 7월부터 2차 계획기간이 시작된다. 시멘트산업이 유상할당대상 업종으로 지정될 경우 막대한 비용 부담이 점쳐진다. 폐비닐을 사용하면 탄소배출권을 할당받아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아파트단지에서 처치 곤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폐비닐을 산업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는 시멘트 가열소재로 폐타이어, 폐비닐은 물론 전염병으로 폐사한 동물 사체까지 활용해 왔다. 폐기물을 ‘그냥 버리는’ 쓰레기가 아닌 다른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순환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큰 난관은 생산공장 인근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발이다. 시멘트업계는 폐비닐을 보조 연료로 쓰겠다고 하면 환경 단체의 반대에 부닥쳐 ‘쓰레기 시멘트’라는 오명이 따라오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재활용 쓰레기 수입국인 중국이 수입 중단을 선언하면서부터 발생한 폐비닐 문제, 산업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부터 머리를 맞대는 게 어떨까.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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