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작은 평형대 가정에서도 대형 사이즈 TV를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TV가 크려면 집도 커야 한다’는 공식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20평대 미만 집에서도 50인치 이상 TV를 구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21일 시장 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TV 가운데 50인치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40.7%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판매된 TV 10대 중 4대꼴로 50인치 이상 TV였던 셈이다. 이는 앞선 2015년 28.4%, 2016년 32.3%로 해마다 그 비중이 커진 결과다.
평형대별 조사에서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났다. 과거에는 집이 클수록 대형 TV를 찾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상관관계가 많이 약해졌다. 삼성전자(005930)가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0년 20평 미만 가정의 평균적인 TV 화면 크기는 42.3인치였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50.9인치로 커졌다. 7년 사이 20평 미만의 소형 주택 가정에서 보는 TV 화면 크기가 20% 이상 커진 것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7년은 일반적인 TV 교체 주기”라면서 “TV를 한 번 바꿀 때마다 TV 사이즈가 8.6인치 커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는 대형 TV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모든 모델을 50인치 이상 제품으로 선보였다. 제품 가격은 평균 20% 안팎까지 떨어뜨려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폈다. LG전자도 올해 55인치와 65인치 제품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액정표시장치(LCD) TV로 다양하게 판매한다. 동일 크기 대비 가격도 지난해보다 낮췄다.
이처럼 대형 TV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은 화질 기술의 발전과 다양한 콘텐츠 확대 때문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반에도 메이저 업체들이 초대형 TV를 선보였지만 화질이 떨어져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초고화질(UHD) 기술이 일반화하면서 시장 판도는 바뀌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전문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TV 시장에서 UHD(화소수 3840x2160) TV 판매 대수가 약 7,890만대로, FHD(1920x1080) TV(약 6,620만대)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게임, 영화, 드라마 등 가정용 TV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급격히 늘어난 영향도 한 몫 했다. 대화면·고화질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새로운 TV를 구매할 때 기존보다 작은 사이즈 제품을 구입하기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