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존슨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스타벅스는 인종차별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면서 흑인 남성 2명을 직접 만나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이후 시애틀 본사에서 필라델피아로 날아가 피해자들에 사과했다.
스타벅스의 한 직원은 매장에서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일행을 기다리던 흑인 남성 2명을 경찰에 신고해 무고한 시민이 수갑이 채워진 채 연행되는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종 차별을 방조했다는 비난이 미 전역에서 들끓자 스타벅스는 존스 CEO의 사과에 앞서 미국내 8,000여 곳의 스타벅스 직영 매장에 대해 다음 달 29일(현지시간) 일시적으로 문을 닫고 인종차별 방지를 위한 ‘직원 교육’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스타벅스의 인종차별 논란은 이전에도 몇 차례 발생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음료 주문을 받은 직원이 손님에게 ‘찢어진 눈’을 그린 컵에 음료를 제공해 동양인 비하 논란이 일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백인 손님은 음료 주문 전에도 화장실 사용을 허용했는데 흑인 고객은 거부해 차별 지적이 제기됐다.
맥도널드와 함께 미국 내 최대 프랜차이즈 업체로 스타벅스 매장이 미 전역에 없는 곳이 없어 인종차별 논란이 많이 일어난다는 지적도 있지만 기업 임직원들의 인종 차별 행태는 업종과 직역을 막론하고 비일비재하게 생겨나고 있다.
AP통신 등 미 언론은 지난해 10월 켈로그사가 자사의 시리얼 박스에 인종차별을 연상하게 하는 디자인을 선보였다고 꼬집었다. 켈로그는 시리얼 제품인 ‘콘 팝스’의 디자인에 쇼핑몰을 청소하는 직원만 얼굴이 진한 갈색으로 그려넣어 “청소부는 유색 인종이 한다”는 편견을 심어 넣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켈로그는 논란이 확산되자 “이번 비판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사과하고 새로운 포장 디자인을 내놓기로 했다.
미국 최대의 할인점 체인인 월마트에서도 인종 차별 사건은 번번이 발생하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해 온라인 홈페이지에 흑인을 비하하는 속어인 ‘니거’(Nigger)를 썼다 뭇매를 맞은 바 있으며 최근에는 흑인 헤어제품의 진열대에만 유리문을 달고 열쇠를 채워 놓아 아프리카계 흑인들이 불매 운동을 벌이겠다고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미 주요 항공사 중 한 곳인 유나이티드항공도 지난해 ‘오버부킹’ 상황에서 아시아계 고객에게 폭력을 쓰면서까지 비행기 밖으로 쫓아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이전에도 승무원으로 추정되는 직원들이 아시아나항공 사고기 조종자들을 조롱하는 복장을 하고 사진을 촬영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미국에서 인종차별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는 것은 경찰의 사건·사고 대응에서다. 경찰들이 흑인 용의자에게 과잉 대응을 남발하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이 과정에서 지역 흑인 사회가 들고 일어나는 일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뉴욕 브루클린에서 한 흑인 남성이 손에 든 파이프를 경찰들이 총으로 오인하면서 10발이나 사격을 가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의 과잉 대응 논란은 다시 불붙었다. 특히 이날은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인 마틴 루서 킹 목사 서거 50주기로 미 전역에서 추모 행사가 진행된 날이어서 흑인들의 반발이 더욱 거셌다. 지난달 18일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도 흑인 청년 스티븐 클라크(22)가 지닌 아이폰을 경찰이 총기로 오인해 20발 가량이나 발사해 무고한 청년이 사망하기도 했다.
미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한 이후 인종 문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추세라고 일제히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소수 인종의 권익 향상과 위상 강화는 쉽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고 있다.
/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