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어른을 위한 인형극 '손 없는 색시' 26일 개막

남산예술센터서 내달 7일까지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슬픔 때문에 늘 자신의 아픈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리는 색시가 있다. 어느 날, 색시의 손은 더 이상 색시의 아픈 가슴을 만지기 싫다며 스스로 떨어져 나와 떠나 버린다. 고통을 견딜 수 없게 된 색시가 목을 매는 순간 태중의 아이가 태어나는데 어미의 슬픔을 그대로 머금은 갓난아이는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색시와 색시의 손, 색시의 늙은 아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이들의 파란만장한 여정을 쫓다 보면 상처와 불행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창작 초연 중심의 제작극장을 표방하는 남산예술센터가 최초로 선보이는 인형극 ‘손 없는 색시’가 오는 26일 막을 올린다.


이번 작품은 전통연희 극작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극작가 경민선의 작품으로 계모의 모함으로 양손이 잘려나간 색시가 우물에 떨어지는 아이를 잡으려는 순간 양손이 되살아났다는 ‘손 없는 색시’ 설화와 민담을 모티브로 현대 사회를 비춘다. 경 작가는 “욕망을 상징하는 손이 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죽음과도 같다”며 “구조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연히 겪게 되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과 슬픔을 어떻게 견뎌내고 삶을 이어가는지에 관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희곡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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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와 상징을 담뿍 담은 이야기를 무대화하는 데는 인형극이 맞춤하다. ‘달래이야기’ ‘꺼내지 못한 이야기-상자’ ‘선녀와 나무꾼’ 등 완성도 높은 인형극을 선보여온 예술무대산이 경 작가의 희곡을 무대화하기로 한 이유다. 예술무대산의 조현산 연출은 “인형의 표정은 단 하나뿐이라 인형극을 보는 것은 마치 은유가 장착된 시를 읽는 것과 같다”며 “관객들은 인형의 단 하나의 표정 속에서 그 안에 숨어 있는 숱한 감정과 상념을 스스로 상상해야 한다”고 관람팁을 전했다.

무대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는 이야기꾼이자 인형 연기자다. 특히 배우들의 몸이 인형이나 오브제로 변신하기도 하고 세트와 소품으로서 무대를 채우기도 한다. 작품의 키워드인 ‘손’은 색시를 떠나버린 물질적인 손으로, 때로는 전쟁의 상처를 껴안은 땅으로 모습을 바꾸며 등장한다. 여기에 정교한 인형술과 각종 오브제, 도르래를 활용한 무대 구조가 조화를 이루며 환상의 무대를 완성한다. 다음달 7일까지 남산예술센터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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