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몸 안에 4명의 인격이 있다며 그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30대 여성 절도범의 주장을 일본 법원이 일부 받아들이기로 했다.
2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東京) 고등재판소(고등법원)는 절도 혐의의 30대 여성 A씨에 대한 공판에서 몸 안 별도의 인격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피고의 주장을 인정해 형사책임 능력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6년 7월 시즈오카(靜岡) 시내의 3개 점포에서 화장품과 의류 등 139점(33만엔 상당·약 328만원)의 물건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A씨는 “장을 보려고 집을 나서는데, 내 안의 또 다른 인격인 ‘유즈키’의 목소리가 들렸고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마트의 주차장에 있었고 물건을 훔친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해리성동일성장해(DID)라는 병을 앓고 있다며 범행을 한 사람은 자신이 아닌 ‘유즈키’라고 강조했다. 사건 당일 유즈키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반복적으로 의식을 잃었다는 것이다. A씨는 그 근거로 “(훔친 물건인) 민소매 원피스와 립스틱에 흥미가 없다”다는 점을 들었다. 물건을 다시 돌려주지 않은 이유로는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을까 봐 걱정됐다”고 했다.
A씨는 작년 7월 1심 공판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쳤지만, 재판부는 ‘여성의 진술이 부자연스럽다’면서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새로 제출한 증거인 사건 발생 7년 전의 일기장에 주목했다. 일기장에는 유즈키의 존재에 대한 기록이 있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인격의 교체가 반복돼 왔다”면서 “A씨가 좋아하지 않은 상품을 훔치고 범행 기억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인격’의 범행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적시했다. 다만 1심에 비해 형량을 줄여주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훔친 물건 중에는 원래 사려고 했던 식품도 포함돼 있다. 유즈키는 A씨의 본래 인격과 전혀 다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A씨가 앓고 있다고 주장하는 해리성동일성장해는 흔히 ‘다중인격’으로 불린다. 이 병을 앓으면 다른 인격이 등장할 때 본래의 인격은 기억을 잃는 경우가 많다. 요미우리는 이 병에 대해 학대 등 가혹한 경험을 스스로에게서 떼어내려는 심리적인 방어반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