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건강 에세이] '비만수술' 인증제에 거는 기대

김종한 고려대안산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인증위원장

김종한 고려대구로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인증위원장



고도비만수술(비만대사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가 올해 하반기 중 시행을 앞두고 있다. 장(腸)의 해부학적 구조를 변형시켜 음식물 섭취·흡수를 제한하는 수술인데 건강보험 적용 대상은 성인의 경우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35(키 170㎝면 101㎏) 이상이거나 30(키 170㎝면 87㎏) 이상이면서 당뇨병 등 동반 질환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 중에서 재정부담을 고려해 결정될 예정이다.

대한비만대사수술학회는 고도비만수술의 질 관리를 통해 안전성·효과에 대한 신뢰감을 확보하기 위해 ‘다학제적 진료를 위한 의사·의료기관 인증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미 고도비만수술 인증제도를 시행 중인 미국·유럽에서는 인증제의 효과에 대해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됐다. 지난 2012년 미국 외과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07~2009년 고도비만수술을 받은 3만5,284명의 수술 결과를 분석했더니 인증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의 사망률이 유의하게 낮았다. 입원 기간도 짧았고 의료비도 적었다. 연구팀은 수술 후 발생한 합병증을 더 빨리 인지하고 교정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고도비만수술을 받은 27만7,068명을 분석한 2014년 논문에서는 비인증기관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11.6%)의 사망 위험이 인증기관 수술 환자의 3배 정도로 높았다. 145개 병원에서 고도비만수술을 받은 7만2,615명의 환자(국가 환자 추출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비인증기관은 입원 기간이 길고 비용이 더 들며 합병증 발생률과 사망률이 더 높았다. 이처럼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 인증기관의 합병증 발생률과 사망률은 비인증기관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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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비만대사수술학회가 2004년부터 ‘고도비만수술 우수기관’ 프로그램을, 외과학회가 2005년부터 ‘고도비만수술센터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고도비만수술에 다학제팀이 참여하고 수술 결과를 국가기관에 보고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두 시스템은 2012년 ‘비만대사수술 인증 및 질 향상 프로그램’으로 통합돼 미국 전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국제비만대사외과연맹도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질 높은 고도비만수술을 제공하기 위한 지침을 만들고 2005년부터 ‘비만수술 우수기관 인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는 비만대사수술의 안전성·적절성 확보를 위해 2016년부터 비만대사수술을 하는 외과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한 인증제 시행을 준비해왔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인증 작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인증제는 의료기관 인증, 외과의사 인증으로 구성되며 의료기관의 인력·시스템, 질 높은 수술을 할 수 있는 요건, 환자의 안전과 좋은 임상 결과를 보장할 수 있는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안전한 고도비만수술을 위해 비만대사 외과와 다른 분야와의 협력 진료, 다학제 진료의 중요성도 반영했다. 인증제가 시행되면 고도비만수술의 결과를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에서 운영하는 자료수집처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므로 국가 차원에서 수술의 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고도비만수술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학회는 수술 분량보다는 수술의 질 향상과 안전성 관리에 초점을 맞춰 우리 실정에 맞는 비만대사수술 의사·의료기관 인증제도를 마련했다. 수술의 효과와 안전성을 극대화하려면 학계의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도 중요하다.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그 첫 단추다. 인증제 시행은 급증하고 있는 병적 고도비만 환자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치료·관리 기회를 제공하고 수술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공감대와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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