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9’ 시리즈가 후대폰 단말기 자급제 시장의 규모를 대폭 키우면서 아직 8%대에 머물러 있는 국내 자급제폰 비중이 두 자릿수를 넘어설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자급제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활성화 단계까지 가려면 유통망 보편화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엄폰 중 처음으로 자급제 시장에 나온 삼성전자(005930) 갤럭시 S9의 뒤를 이어 LG전자(066570)도 다음 달 중 ‘G7 씽큐(ThinQ)’의 자급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자급제폰을 상반기에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모델이나 시기, 가격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자급제 시장에 주력해왔던 소니코리아도 플래그십 모델인 ‘엑스페리아 XZ2’와 ‘엑스페리아 XZ2 컴팩트’를 신규 출시했다.
단말기 자급제는 이동통신사의 약정에 묶이지 않고 이용자가 단말기를 구입해 유심(USIM)을 끼워 넣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국내에선 이통사의 약정 계약과 연결된 단말기를 구입하는 경우가 대다수였기 때문에 자급제폰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주요국 단말 유통구조 현황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 시장에서 자급제폰의 비중이 50%에 달하는데 비해 한국은 8%에 불과하다. 하지만 갤럭시 S9 판매량 중 자급제폰의 비중이 최대 10%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최근 자급제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자급제폰 시장이 이용자들의 관심을 넘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통망 보편화 등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갤럭시 S9 자급제 단말기가 삼성 디지털프라자와 하이마트 등 대형 판매점과 온라인 마켓에서만 유통돼 중소 유통망이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광훈 통신비인하추진 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중소 규모의 소상공인을 전체적으로 아우르지 않다 보니 규모가 큰 대형 유통점들 위주로 시장이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통사 판매 제품과 자급제폰 간의 가격 차이도 활성화를 가로막는 벽으로 작용한다. 자급제폰을 이통사 제품보다 약 10%가량 더 비싸게 책정했던 관행과 달리 갤럭시 S9의 경우 두 제품 간 가격을 동일하게 책정해 호평을 얻고 있지만 애플의 경우 여전히 가격에 차이를 두고 있다. 실제로 지난 17일 출시된 ‘아이폰8 프로덕트 레드 스페셜 에디션’의 경우 통신사 판매 제품은 64GB가 94만6,000원, 256GB는 114만 2,900원이다. 하지만 자급제폰은 64GB 99만원, 256GB 120만원으로 5만~6만원 가량 더 비싸다.
이밖에 이통사 유통점에서 별도의 개통 절차를 거치지 않고 유심만 갈아끼우더라도 LTE 음성전화(VoLTE)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반적으로 자급제폰을 구입한 뒤 LTE 음성전화를 쓰기 위해선 단말기 식별번호(IMEI)를 이통사에 등록해 개통 이력을 남겨야 한다. 현재 갤럭시 S9 자급제 단말기만 유일하게 이통사 등록 절차 없이 기존에 사용하던 유심을 바로 꽂아도 사용이 가능한 상태다. 앞으로 출시되는 자급제 단말기들도 갤럭시 S9과 같이 유심 교체만으로 완전한 통신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