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Science&Market] 스스로 神의 경지 오른 알파고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

'알파고 제로' 독학으로 바둑 통달

알고리즘 진화로 기계 창의력 구현

인류 과제 해결방향으로 쓰이기를




인공지능(AI) 알파고는 이세돌을 이긴 지 일 년 반 만에 신(神)의 경지에 도달했다. ‘알파고 제로’로 명명된 이번 버전은 다시 한번 인간을 전율하게 만들었다. 알파고 제로는 인간이 3,000년 동안 축적한 바둑 지식을 전혀 입력받지 않았음에도 최고수가 됐기 때문이다. 혼자서 바둑을 깨치면서 인간이 오를 수 없는 최고 수준에 올라 범용 AI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알파고 제로는 사람이 둔 바둑의 기보 입력 없이, 즉 학습 데이터 없이 출발했다. 인간이 기존에 축적해 놓은 데이터를 통해 AI를 학습시키는 것을 ‘지도 학습’이라고 한다. 그런데 알파고 제로에는 인간이 축적한 여타의 데이터 입력을 하지 않고 흰 돌과 검은 돌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후 바둑판에서 검은 돌과 흰 돌이 가지는 의미만 알려준 것이다. 단지 그 사실만을 알고 알파고 제로는 혼자 두기를 계속하면서 기력을 늘려갔다. 이런 방법을 ‘강화 학습’이라 한다.

그런데 강화 학습의 효과는 실로 놀라워서 불과 36시간 만에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 리를 이기기 시작하더니 72시간에 도달하자 알파고 리를 100대0으로 완벽히 이긴 것이다. 40일 뒤에는 커제 9단을 비롯한 프로 기사들을 60대0의 전적으로 제압했던 알파고 마스터와의 대국에서도 승리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 제로는 능력의 상한이 없는 것으로 보이며 이제는 너무 강해 더 이상 교육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딥마인드는 ‘바둑의 신’을 만든 것이다.


관심이 쏠리는 건 이 같은 대국 결과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심지어는 공포로 몰아넣은 것은 인간들이 3,000년 동안 쌓아놓은 바둑의 지식이나 데이터 없이 백지 상태에서 스스로 바둑의 모든 것을 통달했다는 점이다. 알파고 제로가 성장하는 모습은 마치 정글에 버려진 어린이가 무(無)에서 시작해서 불을 만드는 방법을 습득하는 모습과 같았다. 요즈음 로봇이나 AI는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자기가 습득한 지식을 클라우드에 저장한다. 이를 ‘클라우드 로보틱스’라고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알파고 제로는 강화 학습만으로도 이전까지 기보 데이터의 입력이 필요했던 지도 학습 기반의 AI를 뛰어넘었다. 문자 그대로 지능을 지닌 기계를 만든 것이다. 이 지능적인 기계는 기존에 축적된 데이터 없이 학습시킬 수 있었다. 오히려 인간의 바둑 지식을 사전에 입력해 학습시키면 기능이 최절정에 도달하는 시간이 늦어졌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지식의 한계는 결국 인간의 기존 지식,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야 돌파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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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제로의 학습 방식은 단순 연산을 반복하는 기술과는 궤를 달리한다. 단순히 컴퓨팅 파워를 증강시켜 반복연산으로 얻어낸 성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알파고 리에는 구글이 특수 디자인한 AI 칩 48개가 장착된 서버가 사용된 데 반해 알파고 제로에는 칩이 4개 사용됐다. 다시 말하면 현저히 줄어든 하드웨어 파워로 이러한 성과가 이뤄진 것이다. 그 이면에는 눈부신 알고리즘의 진보가 있었다. 알파고 제로에는 하나의 신경망만으로 뛰어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해서 연산 속도를 빨리하고 전력 소모 및 하드웨어 파워를 줄인 것이다.

스스로 바둑을 깨치는 과정에서 알파고 제로는 이세돌과 커제와의 대결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술을 보여주고 또 인간의 기보에는 전혀 없던 전략과 창조적인 수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기계 창의력이 발현된 것이다. 이러한 기계 창의성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딥마인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계 창조성은 AI가 인간의 독창성을 증폭시키는 매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하며 이러한 창의성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 중 일부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될 것이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들이 과연 이 알파고를 앞으로 어디다 쓸 것인가를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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