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글로벌 보일러기업 도약...이젠 세계를 달군다

창립 40돌 맞는 경동나비엔

1978년 전신 '경동기계' 설립

오일쇼크로 국산 보일러 개발

10년후 亞 첫 콘덴싱모델 선봬

英등 유럽 공략이어 中도 진출

국내 보일러 수출 80%나 차지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라는 보일러 광고로 친숙한 경동나비엔(009450)의 출발은 연탄이었다. 1967년 고(故) 손도익 창업주가 부산에서 설립한 ‘왕표연탄’이 전신이다.

1973년 오일 쇼크를 겪은 손 창업주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8년 4월 30일 ‘경동기계’를 설립하며 에너지 효율을 높인 보일러 개발에 나섰다. 꼭 30년 전인 1988년 네덜란드 ‘네피트’사와 기술 제휴를 통해 콘덴싱 가스보일러를 선보였는데 일본보다 빠른 아시아 최초의 콘덴싱보일러였다.


일반 보일러의 에너지 효율(80% 초반)은 4등급에 불과하지만, 콘덴싱 보일러는 1등급(91% 이상)이다. 경동나비엔 콘덴싱 보일러의 경우 에너지 효율이 98.8%에 달한다. 1992년 가스보일러를 중국으로 수출했고, 2002년엔 미국에 진출했다.

북미 지역의 경우 2008년부터 콘덴싱 온수기 시장 1위, 2013년 이후 콘덴싱 보일러 시장까지 현재 두 시장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다.창업주의 차남인 손연호 회장이 경동나비엔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장남 손경호 회장은 ‘경동홀딩스를 통해 경동도시가스 등 계열사를, 3남 손달호 회장은 원진을 통해 그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무역의 날 행사에서 경동나비엔은 업계 최초로 2억불 탑의 주인공이 됐다. 올 초에는 북미 시장에서 콘덴싱보일러와 온수기 판매량 누적 100만대를 달성했다. 러시아 시장에서도 100만번째 보일러 설치를 눈 앞에 두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보일러와 온수기 수출의 80.4%를 홀로 담당할 정도로, 굴뚝 산업의 대명사인 보일러 산업을 수출 효자 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매출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창사 이후 최대치인 6,846억원 매출과 함께 4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에 비해 각각 17.4%와 4.2%씩 증가한 수치다. 해외 수출 비중 역시 증가해 처음으로 매출의 50%를 넘어섰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미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북미와 러시아 시장에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50% 이상의 매출 신장을 이뤄낸 중국 시장에서 올해도 큰 폭의 도약이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다 갈수록 심화되는 환경 오염으로 인해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기기인 콘덴싱보일러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올해 경동나비엔이 중국 시장에서 51%의 성장세가 기대되며, 환경 이슈의 부각으로 차별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올해 7,71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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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나비엔이 아시아 최초로 개발한 콘덴싱보일러는 연료를 연소하고 버려지는 배기가스를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일반 보일러에 비해 최대 28.4%까지 가스 사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크게 줄이고, 미세먼지의 주범 질소산화물을 최대 5분의 1 수준으로 낮추기 때문에 ‘친환경 고효율 보일러’라는 별칭을 얻었다.

지난 1월 22~24일 미국 시카고 맥코믹 플레이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AHR(북미) 전시회’에서 바이어들이 경동나비엔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경동나비엔지난 1월 22~24일 미국 시카고 맥코믹 플레이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AHR(북미) 전시회’에서 바이어들이 경동나비엔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제공=경동나비엔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콘덴싱 기술은 유럽에서는 에너지 절감과 환경보호를 위한 최적의 기술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는 사정이 달랐다. 일반 가스보일러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싼 콘덴싱보일러는 제품에 대한 명확한 품질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아 시장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일반 가스보일러가 막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에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콘덴싱보일러의 효과가 주목을 받기 어려웠던 탓이다.

경동나비엔은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에너지 자원 고갈과 온실효과 등 환경 문제가 인류의 최대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콘덴싱보일러가 인정을 받을 것이라는 확신에서였다.

경동나비엔은 기존 콘덴싱 기술을 기반으로 안정성과 내구성, 효율성까지 끌어올린 하이엔드 제품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지난 2006년 미국에 법인 설립을 신호탄으로 2008년 시장에 ‘친환경’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 최대 98.8% 효율의 콘덴싱온수기를 선보였다. 당시 콘덴싱온수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밀려 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다. 경동나비엔은 이러한 기세를 몰아 콘덴싱보일러 시장에서도 선두로 자리매김했다.

경동나비엔은 혹한의 추위를 이겨내는 탁월한 품질의 제품을 선보이며 러시아 시장에서도 국민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전압이 불안정하고, 가스압이 낮은 러시아 현지의 난방 인프라를 고려해 강풍이나 전압 변화 등 외부 변화에도 안정적인 연소가 가능하도록 기술을 개발했던 전략이 통했던 것이다.

경기 평택시 서탄면에 자리한 경동나비엔 서탄공장 파렛타이징 라인에서 로봇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제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경동나비엔경기 평택시 서탄면에 자리한 경동나비엔 서탄공장 파렛타이징 라인에서 로봇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제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경동나비엔


최근에는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아 정부 주도의 석탄개조사업(메이가이치)에 국내 업체로서는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창업 40돌을 맞이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과 콘덴싱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 공략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미세먼지 등 환경 개선을 위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제한하는 등 친환경 고효율 보일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시장 여건이 마련됐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상반기 중 베이징에 3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신공장 건설을 완료하고 오는 7월부터 본격 가동에 나서 적극적인 현지화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재용 글로벌전략본부장은 “에너지 절감과 환경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콘덴싱보일러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무대를 넓혀왔다”며 “세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첨단 자동화공장인 서탄공장과 7월 가동에 들어가는 베이징 공장을 통해 글로벌 넘버1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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